갑자기 1억원 생겼을 때 '주식투자' 하겠다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7.03.05 08:00

[행동재무학]<173>여윳돈이 생긴다면 어디다 투자하지?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갑자기 1억원이 생겼는데, 어디다 투자하지?”

대학 동기인 J씨가 최근 갑자기 여윳돈 1억원이 생겼다며 어디다 투자하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해 왔습니다. J씨는 필자에게 오기 전에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자문을 받은 뒤였습니다. 그런데 저마다 서로 다른 답변을 들려줬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은행: 5~6%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면 좋습니다.
-증권사: 트럼프 랠리 아시죠? 올해는 주식이 올라간다니까요.
-보험사: 은퇴자금이 충분하신가요? 은퇴설계를 다시 받으셔야.
-핀테크: 10% P2P금융의 수익률이 최고입니다.
-비트코인: 비트코인이 금(gold) 값을 추월했어요.
-부동산: 1억원에 대출 5천만원 받아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면 딱입니다.

살다가 J씨처럼 갑자기 여윳돈이 생기는 경우가 간혹 생깁니다. 로또에 당첨되거나, ‘13월의 월급’인 연말정산 환급을 받거나, 아니면 회사로부터 특별상여금·보너스를 받는 경우 등이지요.

물론 이런 행운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얼마든지 상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솔직히 살면서 ‘돈 1억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재밌는 건 통계청도 국민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해왔다는 겁니다. 통계청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더불어 매년 가계금융을 조사하면서 국민들에게 “여유자금이 생긴다면 어떻게 운용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동일 가구를 대상으로 수년동안 물어보는 것이라 사람들의 투자 선호도가 세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윳돈이 생겼을 때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그냥 은행에 저축하는 것입니다. 은행 예금 금리가 1%에 불과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죠.

전체 가구의 44.3%가 여윳돈이 생긴다면 그냥 저축 및 금융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답했고, 이들 가운데 91.6%는 은행 예금을 선택했습니다.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고작 4%에 불과합니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저축 다음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많이 투자하는 대상은 부동산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시 부동산”이란 말이 달리 있는 게 아니죠. 그리고 그 다음은 부채상환입니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1300조원이 넘었다고 하니 여윳돈이 생기면 고금리 부채부터 갚는 게 상책이지요.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과거에 비해 부동산 구입과 부채상환에 대한 선호도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답한 가구는 5년 전인 2011년에 비해 3.5%p 늘었고,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가구도 4.1%p 증가했습니다.

반면 저축이나 금융자산에 투자하겠다는 가구는 6.3%p나 줄었습니다. 특히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가구는 5년 전보다 3.9%p 감소했습니다. 이는 주식이 우리나라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받는 투자 대상이 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여윳돈이 생겼을 때 최고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재무학자들은 수익률만 좇지 말고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 곳에 올인 하지 말고 여러 곳에 분산(diversification) 투자 하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학자들이 조언하는 대로 산술적인 계산에 근거한 합리적인 투자결정이 내려지지 않습니다. J씨의 경우에도 은행, 증권사, 보험사, 부동산 등으로부터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 투자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행동재무학에선 훨씬 좋은 투자안을 마다하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자신이 친숙한 분야에 집중해 투자하는 행태를 두고 친숙성 편향(familiarity bias) 혹은 자국편향(home countr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수익력이 뛰어난 다른 회사를 외면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 주식을 산다든지, 성장성이 좋은 해외 주식을 마다하고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려는 습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는 자신의 투자안을 결정할 때 수학에 바탕을 둔 논리적인 방법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정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위험에 대한 태도도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어 J씨가 안전성을 우선시 한다면 아무리 주식이나 P2P금융 등이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J씨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수익성을 중시한다면 1%의 은행 예금에는 전혀 만족을 못 하게 되지요.

결국 여윳돈이 생겼을 때 어디다 투자하는 게 최적인지는 산술적인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재무학에서 ‘OO모형’이라며 최적 투자안을 결정하는 합리적인 모델을 제시해도 투자자들은 잘 따르질 않습니다.

필자는 J씨에게 은행 예금과 개인연금, 주식, P2P금융, 부동산 등에 골고루 분산해서 투자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전형적인 재무학자들의 답변이지요.

여러분은 갑자기 1억원이 생긴다면, 어디다 투자하시겠습니까? 정말 살면서 그런 여윳돈이 생겨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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