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카레라스 "행운의 성악가로 47년, 은퇴해도 행복할 것"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7.03.02 16:08

4일, 마지막 월드 투어 '음악과 함께한 인생'…"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다양한 곡 선보일 예정"

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는 4일 예술의전당에서 마지막 월드투어 공연 '음악과 함께한 인생'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오페라부터 뮤지컬, 오페레타까지 제게 많은 영향을 준 곡들이에요. 번스타인과 연주했던 것도, 카라얀과 노래했던 것도 있죠. 한 곡, 한 곡이 역사적으로 중요해요."

노장의 주름진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47년의 노래 인생을 잠시나마 회고하는 듯 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전설의 '쓰리 테너'로 활동한 호세 카레라스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지막 월드투어 공연 '음악과 함께한 인생'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그는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게 영향을 미친 여러 곡을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어서 좋다"며 "열정적으로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를 순회하는 마지막 공연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은퇴를 결심한 건 아니다.

"은퇴는 언젠가 당연히 하게 되겠죠. 이번 투어가 2년~3년 정도 계속될 것 같은데 이 투어가 끝날 때쯤이면 은퇴할 시기가 되지 않을까요. 언제 끝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지만 그 생각을 하니 벌써 우수에 젖게 되네요."

그는 "때가 되면 은퇴하는 것이 '인생의 법칙' 아닌가 싶다"면서도 동료 도밍고와의 일화로 은퇴시기에 대한 물음을 대신했다.

"며칠 전 도밍고와 함께 인터뷰했을 때 언제까지 노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죠. 도밍고가 '신께서 내게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남겨주는 한'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대답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호세 카레라스는 "이번 투어가 끝날 때쯤이면 은퇴할 시기가 올 것"이라면서도 "은퇴하는날도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24세에 데뷔,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성악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그의 얼굴에도 이제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했다. 변함없는 것도 있다. 첫 데뷔 때 느낌과 열정이다.


"무대가 제게 갖는 의미는 변한 게 없어요. 관객과 제 감정을 교류하면서 최대한 많이 소통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것도, 무대 위의 열정도 (예전과) 같아요. 너무 뻔한 답인가요? (웃음)"

카레라스는 "다만 지금은 (예전보다) 무대에서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나이가 들며) 사람으로서 성숙한 만큼 성악가로서도 성숙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거듭 '운 좋은 음악가'라고 강조했다. 1987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백혈병을 기적적으로 이겨내고, 이후 20여 년 동안 건강하게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 카레라스는 "가장 잘하는 곡 하나를 꼽는 건 어렵다"면서도 투병생활 뒤 다시 무대에 선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이 뇌리에 각인돼있다고 했다.

"완치된 뒤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에서 '카르멘'으로 무대에 섰을 때예요. 관객들이 어마어마한 박수로 저를 맞아주고 응원했었죠. 데뷔했던 순간도, '라 스칼라' 같이 훌륭한 공연장에서 노래했을 때도 의미 있지만 가슴 벅찼던 이 순간만큼은 정말 잊지 못합니다."

카레라스는 이번 공연에서 코스타 '5월이었네', 메르카단테 '방울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중 '이룰 수 없는 꿈' 등을 부른다. 그리그의 '그대를 사랑해'는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노래한다. 조지아 출신 소프라노 살로메 지치아와 함께 이중창 무대도 선보인다. 서울 공연이 끝나면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오스트리아, 터키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5~6월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무대에 선다.

"언젠가는 은퇴할 날이 오겠죠. 그럼에도 전문 성악가로서 오랫동안 노래한 점에 감사해요. 그런 감사함을 전 세계 관객들께 전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고요. 은퇴한다고 해도 그 날은 행복한 날이지 슬픈 날은 아닐 것 같습니다."
카레라스는 이번 월드 투어를 2~3년간 계획하고 있다. 서울 공연이 끝난 뒤 유럽과 중남미에서 계속 공연을 이어간다. /사진제공=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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