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자부, 전국 5만5000여개 공중화장실 '전수조사'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 2017.03.02 18:30

男화장실, 영유아 기저귀교환대 설치 여부 첫 조사… "아빠가 육아하기 좋은 환경 조성"

#15개월 딸을 둔 아빠 정모씨(40)는 지난 주말,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가 난감한 일을 겪었다. 지하철역 남성 화장실에 영유아 거치대(기저귀 교환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기띠를 메고 전전긍긍하던 정씨는 이내 호텔 예식장에 가서 갈아주기로 하고 이동했다. 하지만 호텔 남성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는 없었다. 정씨는 "요즘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이 많지만 아직 시설면에서 따라주질 못하는 것 같다"면서 "말로만 '동참하라'고 하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아빠가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가 오는 3월 전국 공중화장실 5만5000여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다. 행자부가 전국의 모든 공중화장실 상태를 일일이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영평 행자부 생활공간정책과 과장은 "3월 중 전수조사를 시작하면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후 분석까지 하면 6월쯤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자부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공중화장실은 전국에 총 5만5207개가 있다. 지금까지는 행자부 소관 비영리 특수 법인인 한국화장실협회가 매년 100~120개 공중화장실을 샘플로 뽑아 표본조사로 실시했다.

행자부는 전수조사에서 △남녀 화장실 분리 여부 △여성 화장실 변기수 남성 화장실의 1.5배 준수 여부 △남성·여성 화장실 기저귀 거치대 설치 여부 △관리자 현황 및 관리 실태 등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특히 남성 화장실 기저귀 거치대 여부가 처음으로 조사항목에 포함됐다. 현재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시설, 철도역, 도시철도역, 공항시설 등에 통해 및 왕래에 불편이 없는 규모로 남성·여성화장실 별로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 있는 남성 화장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아기 기저귀 교체에 참여한다고 해도 외출시에는 여성이 교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행자부는 아빠가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성평등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기저귀 교환대 설치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에도 최근 들어 남성용 화장실 기저귀 교환대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경희대학교 시민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들이 "여자화장실에 비해 남자화장실에 설치된 기저귀 교환대 수가 현저히 적다. 이는 여성만을 주 양육자로 간주하는 성차별적 인식이 반영된 시대착오적인 발상의 결과"라며 서울시 생활보건과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2. 2 "이선균 수갑" 예언 후 사망한 무속인…"김호중 구설수" 또 맞췄다
  3. 3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4. 4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
  5. 5 1년에 새끼 460마리 낳는 '침입자'…독도 헤엄쳐와 득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