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적힌 신분증 스캔한 점원 '다 그래'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 2017.02.24 05:00

[기자수첩]개인정보 보호에 보다 민감한 시민 문화 必

이달 초 한 백화점 매장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는데 점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결제 내역이 적힌 주문서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전면허증을 보고 얼굴과 이름을 확인한 점원은 자연스럽게 면허증을 스캔했다.

주민번호가 고스란히 적힌 면허증 사본을 매장 PC에 저장했다. 화들짝 놀라 주민번호를 가리지 않은 신분증 사본이 왜 필요하냐고 따져묻자 “다 그렇게 하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안 장치도 제대로 없는 매장PC 속 정보를 누군가 가져간다면.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법령 근거 없이 주민번호 수집·저장을 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 지도 3년이 되어 가지만 현실은 이렇다. 비단 백화점 매장뿐일까. 이른바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가 세워지는데 큰 영향을 끼쳤던 2014년 초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사회적으로 안일했던 개인정보보호 의식에 파장을 일으켰던 일이다.

지난주 서울남부지법에서 그 사건과 관련 롯데카드가 고객 3500여명에게 10만원씩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선고가 나왔다. 잇따른 집단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개인정보보호법도 개정됐지만 한편에서는 2014년 이전과 같은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시민 인식과 사회 문화 형성이 아직도 미흡한 이유가 크다. 지난 21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입씨름을 한 채용서류 반환에 관한 제도 개정도 같은 맥락이다.

구직자가 기업으로부터 채용 서류를 돌려받거나 파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제 역할을 못하니 ‘뭐라도 더 해보자’고 나서다가 두 기관이 마찰음을 냈다. 기업 담당자나 구직자나 모두 채용서류 반환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니 제도가 효과를 못낸 것이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자치법규를 대거 뜯어 고친다고 나선 것 또한 시민들이 얼마나 동참하고 관심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행자부는 폐기물 무단투척을 신고하는 경우에도 주민번호를 기재토록 하는 조례 등 법령에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자치법규를 개선할 계획이다.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끄집어 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 문화가 결국 개인 정보의 보호막이 된다. ‘다 그렇게 하는데요?’라는 말에 ‘이제는 아닙니다’라고 답하는 개개인이 많아질 때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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