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천재는 옛 아이디어를 재발견하고 재가공했을 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2.25 05:42

[따끈따끈 새책] ‘리씽크’…오래된 생각의 귀환 “낙인찍힌 것들이 미래에 옳은 가치일 수 있어”

전기차에 화성 이주까지 최첨단을 걷는 테슬라 모터스의 대표 일론 머스크는 기존의 방식을 끊고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로 승부 하는 선구자 같지만, 실은 가장 ‘올드’한 방법을 재현했을 뿐이다.

전기차는 이미 1800년도에 상용화됐지만, 42km밖에 가지 못하는 배터리 기술의 미비로 수십 년 만에 문을 닫았다. 200년이 지난 지금, 이 고전의 별 볼 일 없었던 운송수단은 한 사람의 ‘고전의 응용’ 덕분에 우리 미래의 가장 보편적이고 혁신적인 ‘탈것’의 표준으로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쉽게 무시했던 중세의 연금술은 2015년 현대 과학자들이 얻어낸 ‘황금빛 프랙탈 구조’로 실현됐다. ‘용의 피와 검은 용을 불태운 가루를 섞으면 황금나무를 얻을 수 있다’는 고전의 미신 같은 아이디어가 현재 응용과학의 유용한 결과물로 재탄생한 셈이다.

과거에는 비웃음당하고 헛소리 취급받았던 수많은 주장과 발견이 시간이 지나서 타당성을 인정받거나 혁신적인 것으로 수용된다. ‘옛것의 재발견 및 재가공’은 비즈니스, 역사, 문화, 과학, 의학, 군사학 등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군대의 침략은 막을 수 있으나, 제때를 만난 사상은 막을 수 없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이 책은 제때를 만난 아이디어를 다룬다. “그건 말도 안돼”라고 업신여길 법한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어느 시점에 ‘대세’로 작용할지 모를 일이다.

원시적이고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된 의료용 거머리는 2010년대 가장 정교하게 수술하는 의학기구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승인을 받았고 현대 심리학에서 비용 대비 효율 좋은 인지심리치료(CBT)는 고대 스토아 철학과 유사하다.

‘통섭의 천재’로 통하는 저자 스티븐 풀이 풀어헤친 ‘재고(再考)의 산물’들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넘은 부활이자 영향이고, 기시감을 잊게 하는 재가공의 옛것이다.

운 좋은 이의 행운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트렌드를 이끄는 모양새도 사실은 어떤 맥락에서 재발견되고 재가공되는 것이다. 갑자기 아들러의 심리학이 불티나게 팔리고, 스님들의 명상서가 인기 있는 배경에는 제때에 만난 옛 아이디어의 응용이 한몫했다.


저자는 “인간의 생각은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와 ‘이전 세대에 없던 새로운 창조나 혁신이 가능하다’는 두 개의 입장 사이의 긴장과 갈등 속에 있다”며 “혁신은 과거를 부활시키고 과거에서 빠진 퍼즐 조각을 채움으로써 현재와 현명하게 결합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시장의 변동에 맞서는 안전 차익을 확보하는 ‘가치투자’는 주류 금융 이론가들로부터 오랫동안 웃음거리로 취급받았다. 워런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소수의 용기 있는 사람과 함께 이 이론을 따르며 투자계의 대부가 됐다.

이 책은 혜성처럼 나타난 몇몇 천재들의 성공기가 위대한 창조에 근거한 것이 아닌, 과거의 영감을 재해석해 시대의 흐름과 조화를 모색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당대에 가짜 아이디어라고 낙인찍힌 것들이 미래에는 옳은 것으로 증명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열린, 또는 겸허한 자세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아이디어에 대한 재고는 옳고 그름의 판단을 떠나야 한다. 아이디어가 잘못되었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해도, 유용하다는 의미에서 좋을 수 있기 때문에 ‘플라시보 아이디어’까지 열어두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선대의 사상가들을 깔보는 ‘부도덕한 재고’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며 “오래된 것은 새로운 것이다. 아이디어는 살아 있는 상어처럼 계속 유영해야 하는 생물체”라고 역설했다.

◇리씽크=스티븐 풀 지음. 김태훈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400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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