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선한 의지’ 자격없는 청와대와 서울시향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2.22 03:23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소위 ‘선한 의지’는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재단설립 부문과 관련해 안 지사는 선한 의지의 출발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한 의도의 출발이라는 그의 철학은 일부분 수긍이 가면서도 선문답 같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해 “찌라시” 같다는 말을 했을 때, 이는 ‘선한 의지’의 출발일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국정을 운영하는 주체에 대한 공격과 비난을 ‘찌라시’로 비유할 땐 그만한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후 터진 ‘정윤회 문건’을 넘어선 전대미문의 사건은 출발이 선한 의지일 수 없음을 오롯이 증명했다.

‘서울시향 성추행 사건’도 비슷하다. 횡령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명훈 전 예술감독은 “그렇게 묻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와중에 쏟아진 질문을 한낱 바보의 물음으로 폄훼 하는 세상 단절의 화법은 도덕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검찰에서 횡령 부분에 대해 무죄를 받았지만, 과정과 절차에 대한 도덕과 양심은 선한 의지에서 출발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없던 성추행을 조작한 사건(경찰조사 결과)에 대해서 정 전 감독은 수사 결과를 부인하며 거짓 증언자들의 ‘인권’을 외쳤다.

청와대와 서울시향은 여러모로 닮았다. 정황과 증거, 증언이 모든 의혹과 조작을 사실로 입증하는 데도, 이들은 “모른다” 아니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잡아뗐다.

권력을 가진 주류 세력이 아무 탈 없이 지내온 평화의 세월을 ‘참’인 듯 인식하고 그들만의 부당한 리그를 방해하는 세력을 ‘거짓’으로 모는 이 이상한 방정식은 대한민국의 있는 자가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부끄러움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정 전 감독은 일반인에겐 베일에 싸이거나 사실 규명에 접근하기 힘든 ‘높은’ 분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박 대통령과 연락하려면 ‘문고리 3인방’의 단계를 거쳐야 하고, 정 전 감독과 연락을 하려면 백모 비서의 입을 통해야만 한다. 백모 비서가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에 비유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시간이 갈수록 조작의 진실화에 앞장서는 ‘청와대와 그 관련자들’, 그리고 ‘서울시향과 그 내부자들’. 이들에게 선한 의지에 대한 자격이 있을까.

독일 철학자 칸트는 ‘선한 의지’를 유일하고 완벽한 것이 아닌, 행복에 대한 욕망의 조건이라고 했다. 그래서 선한 의지는 ‘자율의 원인성’, 즉 윤리적 당위법칙인 도덕 아래에 지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선한 의지’인 도덕이 중요한 잣대라는 의미다.

청와대와 서울시향에 ‘선한 의지’를 부여할 수 없는 건 ‘도덕의 부재’ 때문이다. 그들에게 선한 의지는 인간의 전제(前提)가 아닌 미제(未濟)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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