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도 이번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오랫동안 미룬 부도심 개발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낙후된 경인로 대로변에는 고층건물과 호텔 등을 세워 ‘부도심’으로서 위상을 되찾는다. 기업들도 유치해 핀테크(금융기술) 금융의 ‘메카’로 만든다는 그림이다.
단계적으로 도시재생과 개발이 추진되면 ‘서울의 옛 풍경’을 간직한 일대 전경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대형쇼핑몰 맞닿은 집창촌…철공소 옆 파스타집 '이색풍경'
영등포 타임스퀘어, 대형마트, 백화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주변 건물은 저층 위주다.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쪽방촌과 집창촌이 마주 보고 있다. 문래동 쪽으로 내려오면 철공소와 영세 제조업체가 줄을 잇는다. 반대편엔 음식점 등 상점이 빼곡히 들어찬 영등포삼각지가 자리잡았다.
철공소 밀집지로 들어가면 지하철 문래역 인근 아파트 단지의 담을 경계로 한쪽엔 주거지가, 한쪽엔 금속, 철재 등을 다루는 철공소들이 골목마다 빼곡하다. 33㎡ 남짓한 소규모 철공소에선 기술자들이 바삐 움직였다. 철공소 사이사이로 들어선 아담한 커피숍, 파스타집에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2000년대부터 싼 임대료, 철공소 밀집지의 매력을 찾아 들어온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일대는 ‘문래예술창작촌’으로 널리 알려졌다. 일대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찾는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곳곳에 '초상권을 존중해달라'는 안내판까지 나붙었다.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계기로 일대 개발도 추진…'기대반 우려반'
구는 기존 '부도심 지구단위계획'과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쪽방촌 일대)' 등 겹치는 사업지에 대한 개발을 도시재생사업과 조율하고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발 구상안에는 영등포역 전면부 경인로 대로변 나대지나 집창촌, 쪽방촌 일대에 39층 호텔과 22~29층 업무시설 등을 지어 기업을 유치하고 역세권에 활기를 불어 넣는 방안 등이 담겼다.
영등포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기존 계획만 있고 추진되지 않은 일대 개발을 이번을 계기로 다시 진행하려고 한다”며 “길게는 10~20년 걸리는 장기사업을 도시재생과 상충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 도시재생과 개발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파트 거주민과 토지소유주 등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세 제조업체와 쪽방촌, 집창촌, 문래예술창작촌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문래동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개발이다 보니 당장 들썩이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수십 년 땅을 소유해온 토지주들은 찬성하는데 세입자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은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실제 문래동 예술창작촌의 임대료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60만~70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바로 인근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 상가 임대료는 월 300만~400만원을 웃도는 실정이다.
문래동에서 소규모 철공소를 운영 중인 A씨는 “대로변이 개발되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하면 영세한 철공소들은 공단이나 외곽으로 이전해야 할 수도 있다”며 “집창촌, 쪽방촌 사람들의 이주문제도 간단치 않아서 다들 걱정하며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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