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상체제 왜 늦어지나… 사장단회의도 취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성은 기자, 의왕(경기)=이정혁 기자 | 2017.02.20 17:18

공식기구 마련 때까지 계열사별 독립경영…지배구조 개편·글로벌 M&A 전략 등 현안 당분간 보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79년의 삼성 역사상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는 처음이다.
삼성그룹이 '총수 부재' 나흘째인 20일까지 공식적인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22일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수요사장단 회의도 2주 연속으로 취소하기로 했다. 재계 순위 2, 3위의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 각각 2006년과 2013년 총수 구속 당시 하루이틀만에 비상체제로 전환했던 것과 차이가 크다.

그룹 안팎에서는 △미래전략실 △사장단협의회 △별도의 태스크포스(TF) 등이 대행체제로 거론되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삼성그룹의 공식 입장이다.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 17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없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대로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원칙만 세워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국내 1등 기업의 비상체제 전환이 뒤로 미뤄지는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그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예상치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직전까지도 "구속을 가정한 '플랜B'(예비책)는 없다"며 총수의 구속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내부적으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마무리돼야 구체적인 대행체제의 윤곽이 잡히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얼마나 길어질지를 먼저 가늠해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당면현안은 이 부회장의 부재기간을 최소화하는 것부터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식 비상대책기구나 대행체제가 구체화될 때까지는 단기적으로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옥중경영을 이어가면서 각 계열사 CEO(최고경영자)가 주요의사결정을 협의하는 구조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윤부근 CE(가전) 부문 대표와 신종균 IM(인터넷 모바일) 부문 대표 등 부문별 대표와 의논하는 방식으로 경영하게 된다. 임기가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둔 조남성 삼성SDI 사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도 당분간 자리를 지키며 경영공백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재판 진행상황에 따라 이 부회장의 부재가 수개월 이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 그룹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이 각각 그룹과 핵심부문인 전자 계열사를 이끄는 투톱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 실장이 지난 17일 첫 면회자로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을 두고도 이런 해석이 나왔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에는 사장단협의체 의장을 경영진 가운데 최연장자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맡아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요사안을 챙겼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재판 준비에 나서게 되면 옥중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도 대행체제가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수감 전까지는 각종 정보를 보고받고 국내외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활발한 현장경영을 펼쳐왔지만 옥중에서는 당장 살아있는 정보를 접하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글로벌 경영전략 등 굵직한 그룹 현안이 줄줄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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