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무역적자 부풀리기 추진…"무역 재협상 꼼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02.20 11:27

총수출서 재수출 제외 수입 늘리는 방안 검토…통계왜곡 논란

미국 무역수지 적자액 추이(단위: 십억달러)/그래프=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수지 적자를 부풀리기 위해 통계 기준을 바꾸는 꼼수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키우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기존 무역협정을 재협상할 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속셈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수지 적자 계산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수년간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늘려 무역협정 재협상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미국이 수입해 캐나다나 멕시코 등지로 재수출하는 자동차 등을 총수출에서 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미국의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어 안 그래도 막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더 불어나게 된다. 한 예로 미국은 지난해 멕시코를 상대로 631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새 기준을 적용하면 적자가 1154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한 소식통은 새 기준을 적용하면 미국이 일부 국가를 상대로 거두는 무역수지 흑자가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 미국의 무역협정 재협상 명분이 커지고 의회의 지지를 받기도 쉬워진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무역수지 적자를 늘리는 새로운 방식의 통계 기준이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무역수지 통계를 내는 미국 상부부 산하 통계국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수지 적자를 늘리는 새 통계 기준을 곧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새 계산법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 방식이 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다른 나라에서 소비되는 제품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수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들여와 재수출하는 물건은 진정한 의미의 수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통계왜곡을 걱정한다.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국장을 지낸 스티브 랜드펠드는 "통계학자들은 보통 균형을 원한다"며 "미국 수출 통계에서 일단 재수출을 배제하기 시작하면 균형을 이유로 수입 통계도 조정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이 불공정한 무역협정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겼다며 NAFTA 등 기존 협정을 재협상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취임하자마자 일본 등 11개국과 맺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뺐다. 일본 등과 양자협정을 새로 맺겠다는 것이다.

WSJ는 그러나 한 나라의 무역수지를 좌우하는 데 무역협정은 큰 변수가 아니라는 게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역협정보다는 정부의 투자나 저축률 등을 더 유력한 변수로 꼽는다. 미국이 재화 무역에서는 열세지만 서비스 무역에선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무역통계 기준을 바꾸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재수출을 총수출에서 뺀 채 수입으로만 계상하면 무역적자를 부풀리거나 흑자를 줄일 수 있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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