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빼앗는 로봇에 세금 매겨야"…'로봇세' 찬반 논쟁 확산

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 2017.02.19 14:02

유럽의회, EC에 로봇규제법안 요청하며 로봇세는 반대...빌 게이츠 '로봇세 도입' 주장


‘과연 로봇에 세금을 물려야 하는가.’

미국과 유럽에서 ‘로봇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봇세 찬성론자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로봇의 소유주에게 세금을 부과, 이 돈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교육과 지원에 나서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로봇세는 로봇산업발전과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마켓워치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16일 유럽위원회(EC)에 유럽연합(EU) 내에서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로봇을 규제하는 입법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법안은 로봇의 개발과 배치를 위한 윤리적 프레임워크와 로봇의 행동에 대한 책임 확립 등을 담게 된다.
하지만 유럽의회는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긴 근로자들의 재훈련이나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로봇 소유자에게 이른바 ‘로봇세’를 부과하는 방안에는 반대했다.

유럽의회의 결의안은 EC에 대한 권고다. EC가 이를 따라야할 의무는 없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제시해야만 한다. 유럽의회는 “EU는 제 3국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을 따르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이런 기준들을 만드는데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산업계는 유럽의회의 로봇세 반대 결정을 환영했다. “로봇세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하는 국제로봇협회(IFR)은 “로봇세를 도입하려는 아이디어는 경쟁력과 고용에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IFR를 비롯한 산업계에서는 자동화와 로봇의 이용은 생산성을 높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독일 자동차 산업의 예에서 보듯 선진국에서 로봇 조밀도와 고용 사이엔 상관관계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IFR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의 출하량은 2015년 15% 증가했고, 전체 시장규모는 46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로봇세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로봇세 찬성론자 중 한 명이 바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다.

빌 게이츠는 지난 17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차지한다면 그들도 세금을 내야한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로봇은 어떤 형태의 노동으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대신 그 사람들이 교사나, 노인 등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돕는 사람들 같이 일손이 부족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로봇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수익이나, 보다 직접적인 로봇세로 재원을 마련,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재교육 및 재배치와 지원에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앤지 홀데인 영란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영국 노동조합회의(TUC)에서 “미국의 8000만개 일자리와 영국의 1500만개 일자리가 자동화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 주목을 끌었다.

그는 “자동화로 가장 위험에 처한 일자리는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들”이라며 “이는 로봇이 부유층과 저소득층간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표의 여파는 미 의회로도 번졌다. 하이디 하이트캄프 상원의원(민주·노스다코타)는 지난 14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영란은행 보고서가 제기한 미국의 8000만개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이슈에 대해 연구를 했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하이트캄프 의원은 “대통령선거는 무역에 영점조준을 했지만, 무역보다 자동화가 미국 근로자들에 해를 입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Fed가 그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하진 않았지만, 미국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우리는 이들 노동자들의 니즈를 다룰 방법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만성적이고 오래된 임금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자동화가 덜 교육받은 근로자, 특히 제조업 근로자에게 큰 불이익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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