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치킨집' 폐업이 '벤처' 실패라는 대한상의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7.02.20 04:01

'벤처기업'과 '창업기업' 혼용… '의도적 오류' 의혹도

벤처기업의 3년 생존율을 38.8%로 평가한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의 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벤처 관련 협·단체는 신뢰성을 상실한 보고서라고 반발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대한상의가 의도적으로 벤처를 음해한다는 '음모론'까지 나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문제가 된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 연구' 보고서는 두 가지 통계를 근거로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3년 생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하나는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5'(Entrepreneurship at a Glance 2015) 보고서 속 '기업 3년 생존율 순위', 또 하나는 통계청의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다.

대한상의는 여기서 중요한 오류를 범했다. '벤처기업'과 '창업기업'을 혼용해 해석했기 때문이다. 중기청이 발표한 2015년 말 기준 벤처기업 수(3만1260개)를 인용해놓고 특별한 설명 없이 창업기업 생존율을 벤처기업의 것처럼 붙여놓았다. 벤처기업은 창업기업의 일부일 뿐임에도 말이다.

근거인 통계청과 OECD의 생존율 통계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창업기업 관련 수치다. 통계청 통계는 모든 법인기업과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기업이 포함됐고, OECD 보고서 원문에도 '모든 종류의 기업'(total business economy)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치킨집이나 편의점 같은 자영업자가 포함된 통계를 기술과 경영혁신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산업 등에 뛰어든 벤처기업으로 국한시켜 표현한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벤처기업의 3년 생존율은 77.4%(2014년 기준)다. 두 통계결과의 격차는 38.6%포인트나 된다.


대한상의가 근거로 삼은 통계 시점도 문제다. OECD와 통계청 자료 모두 2012년 기준이다. 특히 대한상의는 OECD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기준 시점도 적시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중기청은 지난 16일 대한상의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우선 대한상의에 이같은 오류를 인정하는 해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고 관련 보도를 직접 바로잡아달라는 내용이다. 중기청은 이런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대한상의의 자료배포를 의도적인 정치행위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다. 기존에 대한상의가 해당 근거자료를 인용할 때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전경련 대신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면서 일부 창조경제센터의 실패를 벤처 정책으로 '물타기'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 이후로 예상되는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부처간 설득논리를 만들려다 보니 '아전인수'식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인용한 표. 통계 시점과 통계 대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명시되지 않았다.
OECD가 2015년 발간한 '한 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5'(Entrepreneurship at a Glance 2015) 원문 속 기업 생존률 표. 상단에 2012년을 명시하고, 제목에 '모든 종류의 기업'(total business economy) 이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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