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취업 빙하기라 불리는 지금, 졸업식 풍경은 너도나도 ‘혼자’다. 졸업식에서라도 오랜만에 동기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과거처럼 동기끼리 함께 졸업하는 경우가 드물다. 취업 여부가 졸업식 참여 자격처럼 여겨지면서 취업하지 못한 학생들이 졸업 후 '공백'을 줄이기 위해 졸업을 유예한다. 취업에 필요한 각종 스펙(자격증·어학·학점 등)을 쌓기 위해 최소 몇 학기씩 휴학하는 경우도 많다. 동기끼리 졸업시기가 모두 다르다 보니 졸업식에 참여하더라도 동기들과 함께 축제처럼 즐기는 졸업식은 옛말이 됐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사립대 졸업식을 찾은 윤모씨(27)는 소속 학과 건물과 학교 명소 앞에서 가족과 사진 몇 장만 찍고 돌아갔다. 그는 "운좋게 공기업에 입사해 졸업식에 오긴 했는데 아는 동기들이 없다"며 "수험생이나 취준생인 친구들, 성에 안차는 기업에 입사해 재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 먼저 연락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졸업예정 대학생 692명을 대상으로 ‘졸업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참석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49.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졸업식에 가지 않겠다’, ‘참석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대학생은 각각 32.7%, 17.9%로 참석에 대한 부정적 대답이 50.6%를 차지, 과반수에 달했다.
같은 학문을 공부했던 동기들과 서로 졸업을 축하하고, 교수들의 축사를 듣는 곳이었던 '학위수여식'도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고 행정실에서 졸업증서만 찾아가는 학생들이 늘고있기 때문. 각 학과들은 적은 참석 인원 때문에 수여식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