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행의 창구 이용 수수료, 수긍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 2017.02.17 04:50
국내에서 고객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이 창구 이용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다음달 8일부터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름은 다르지만 거래잔액이 일정 미만인 고객이 창구에서 입출금이나 계좌 개설 등 기본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 수수료를 받겠다는 취지다.

여론은 부정적이다. 특히 은행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해 손쉽게 돈벌이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창구 이용 수수료든 계좌 유지 수수료든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없다. 씨티은행은 자유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신규 고객에 한해 총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일 때 월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기존 씨티은행 고객에겐 거래잔액에 관계없이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월급이 씨티은행으로 입금되는 회사에 입사해 어쩔 수 없이 통장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월 5000원씩 계좌 유지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씨티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이유가 없다. 씨티은행에 새로 월급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해도 창구를 이용하지 않으면 계좌 유지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계좌 유지 수수료 때문에 씨티은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월급을 받는 즉시 모바일·인터넷뱅킹으로 다른 은행으로 이체하거나 ATM(자동입출금기)으로 돈을 찾으면 된다.

그렇다면 씨티은행은 왜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돈도 되지 않는 계좌 유지 수수료를 만들려는 것일까. 창구에서 입출금 등 기본적인 업무를 줄여나가는 대신 종합적인 자산관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씨티은행은 국내 점포수가 133개에 불과하다. 점포수가 900여개에서 10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시중은행들과 지점에서 입출금 등 기본 서비스로는 경쟁이 안 된다.

그렇다면 국내 점포수가 1000개가 넘는 대중적인 국민은행이 창구 이용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은행 역시 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신규 고객에 한해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고객수가 3030만명에 달한다. 거의 모든 성인이 국민은행에 계좌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입출금과 자금이체를 창구에서 하는 경우는 10.1%에 불과했다. 국민은행이 창구 이용 수수료를 부과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이 창구 이용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변하는 시대상 속에서 변하는 은행의 모습을 반영할 뿐이다. 씨티은행의 계좌 유지 수수료는 원래 명칭이 국민은행처럼 창구 이용 수수료였다. 금융감독원은 창구의 입출금 업무는 은행의 기본적인 서비스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씨티은행은 미국 등에선 보편적인 계좌 유지 수수료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다음달이면 아예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한다. 은행 창구에서 사람이 직접 해주는 서비스가 오히려 특별한 서비스가 되고 있다.

AI(인공지능)와 핀테크(금융기술)의 발달로 은행 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은행으로선 간단한 업무는 자동화하고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차별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의 창구 이용 수수료 검토는 이런 금융환경의 변화 속에서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공짜로 받던 서비스에 돈을 내야 한다는 소리가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변화 속에서 은행의 변하려는 시도를 마냥 비난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한 은행이 마음에 안 들면 우리에겐 선택할 다른 은행들이 많다. 모든 은행들이 천편일률적인 것보다 각기 다른 전략으로 차별화해 은행마다 골라 선택할 맛이 있는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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