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의 어설픈 청부살해? 김정남 피살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02.16 11:16

'프로 암살범'으로 보기엔 수법·행적 석연치 않아… 베트남인 女용의자 "살인인 줄 몰랐다"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가 15일 공개한 김정남 살해 용의자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CC(폐쇄회로)TV에 잡힌 모습. 이 여성은 이날 범행장소인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어난 김정남 피살사건이 여러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살해 수법과 용의자들의 행적이 훈련을 받은 암살범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보도와 경찰당국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독살 공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뒀다.

보도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김정남은 사망하기 직전 공항직원들에게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공격했다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가벼운 발작 증세도 보였다고 한다.

공격 방식과 관련해서는 독침, 스프레이, 독극물로 적신 천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6일 현지 경찰당국의 한 관리의 말을 빌려 청산가리보다 더 강력한 독극물이 쓰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독극물이면 김정남이 공항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겨를도 없이 숨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극물을 이용했더라도 제대로 된 공격이 이뤄진 게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현지 매체는 용의자가 무려 10초 동안이나 김정남의 얼굴에 천을 들이댔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여성 2명으로 당초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됐다. 1987년 'KAL기 폭파 사건' 범인 김현희처럼 고도의 훈련을 받은 미모의 여성이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이같은 범행 수법은 '프로'의 솜씨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용의자들의 행적도 마찬가지다. 우선 이들은 범행 이후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한 명은 공항 CC(폐쇄회로)TV 카메라에 수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용의자들이 탔던 택시기사를 체포해 조사한 뒤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점이 없는 일반 택시기사였다는 얘기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암살자가 김정남 살해라는 큰 일을 저지르고 일반택시로 도주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카메라에 포착된 여성 용의자는 15일 오전 범행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체포됐다. 범행 이후 잠시 도주했다 베트남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가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 여성이 29살로 베트남 북부 도시 남딘 출신의 도안 티 흐엉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여성이 훈련을 받은 암살범이라면 자살을 시도하지 않고 순순히 잡힌 것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KAL기 폭파사건 범인인 김현희와 김승일도 바레인 공항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독약을 삼켜 김승일은 죽고 김현희는 살아났다.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당시에도 범인들은 수류탄을 던지는 등 극렬히 저항했다.

이에 따라 용의자들이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니라 사주를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체포한 여성 용의자와 동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남성 4명과 도주한 다른 여성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부살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말레이시아 중국어 신문인 동방일보(東方日報) 등은 이날 현지 경찰당국을 인용해 체포된 여성 용의자가 김정남이 누구인지도, 살인행위인지도 모르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15일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했지만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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