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는 트럼프發 '환율전쟁'…"트럼프 '지지도'가 변수"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 2017.02.13 13:35

중국 외환보유액 감소 등으로 환율 약세 계속…트럼프발 미국 정치 불안정으로 엔화 상승

백악관 집무실에서 악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 사진=AFP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 정책'이 다소 완화된 모양새다. 중국과 일본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칭하며 맹비난했던 이전과 달리 다소 완화 발언을 내놨다. 각 국가의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고, 외부 상황보단 내부 상황에 따른 환율 변수가 더 큰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환율 공세는 예상보다 약했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첫 통화를 한 다음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중·일이 공정한 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환율 저평가 문제에 대해선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일본의 환율 문제를 맹렬히 비난했지만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발표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전 선거 유세에서 당선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중국에 트럼프가 환율조작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외환 유출로 인해 위안화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지난 1월6일 하루 만에 2005년 이후 최대 폭인 0.92%를, 지난 18일에는 0.68%를 절상했다. 트럼프의 예상과는 달리 중국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올리기 위해 개입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1월 현재 외화보유액이 2조9982억달러를 기록해 6년 만에 3조달러를 밑돌면서 외환위기설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환율을 저평가하고 있다는 것하고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측근이자 중국 대사로 임명된 테리 브랜스태드 아이오와 주지사도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아베를 만나기 직전 잔뜩 벼르던 무역불균형 이슈도 정상회담에선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와 아베의 친밀한 모습이 계속해서 연출되면서 환율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도 실현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아베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4500억달러의 미국 투자와 7500여개 일자리 창출 등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안한 '미국-일본 성장·고용 이니셔티브'가 어느 정도 통했다는 것이다. 미·일 정상회담 시작 직후 엔/달러 환율이 0.8% 내린 114.11엔을 기록한 것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정부의 경제 정책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중국과 일본 등의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의 인기지수와 엔화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히토시 이시야마 미쓰이스미토모 자산운용 관계자는13일 닛케이신문을 통해 "트럼프의 지지율과 엔화와의 상관성을 보게 되면 서로 상반되게 진행될 수 있다"며 "트럼프 지지율이 높아지면 트럼프 투자 정책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강조되면서 강달러와 엔화약세가 유지될 수 있고, 반대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약화되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이후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8월 100엔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트럼프 당선 직후 오름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12월15일 118.22엔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서명 등 미국 내 정치 불안정성이 계속되면서 달러당 엔화는 112~113엔대로 떨어졌다.

트럼프가 인위적인 환율 절상을 요구하지 않게 되더라도 일본의 경우 안심하긴 이르다. 외부 경제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엔화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의 경기 부양을 위해 예고한 재정지출이 생각보다 적어 시장이 실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유럽연합의 정치적 리스크 확대,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 등이 최대 변수다. 이런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엔화는 100엔대 아래로도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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