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천국으로 가는 길, 걷는 도시 서울의 斷想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17.02.14 05:20

[우리가보는세상]도심, 車 진입 더 불편해져야

걷는 것을 좋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은 곳을 걸어 돌아다녀 본다. 대로변은 물론 골목 곳곳을 누비다 보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가장 많이 걷는 길은 퇴근하면서 집(동작구 상도동)으로 가는 길이다. 광화문 세종대로를 출발해 시청, 남대문, 서울역, 삼각지, 용산을 차례로 지나간다. 매일 걷는 길이 지겨울 때면 가끔 행선지를 바꿔 마포나 신촌을 향해 걷기도 한다. 또 정반대 방향이지만 청계천을 따라 걷기도 한다. 걷다가 지칠 때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 집으로 가는 길을 완성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거리를 구경하다 보면 피곤이 가신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횡단 보도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면서 과거에 비해 보행 환경이 상당히 개선됐다. 10년 전엔 같은 길을 걷더라도 횡단 보도가 없어 지하나 육교로 건너가야 하는 곳이 상당했다. 지하나 육교를 통해 건너가야 하는 환경은 보행의 단절이자 자동차를 위한 보행자 희생을 의미한다. 상당히 불편했고, 힘들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들은 아예 걷기를 포기할 정도였다.

그러던 서울시가 지난 2013년부터 도시계획의 방향을 바꾼다. ‘보행친화도시 비전’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걷는 도시, 서울’이란 주제 아래 걷기 환경 전면 재정비에 나섰다. 도심 사거리에 ‘ㄱ’, ‘ㄴ’자로 놓였던 횡단 보도를 ‘ㅁ’자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로를 넓이는 사업 등이 시행된다. 예전에 비해 돌아가야 하는 길이 줄었고 걷기가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 도시 계획은 사람보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짜여 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길을 걷다 보면 이 정도쯤이면 횡단 보도가 필요하겠다 생각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횡단 보도 간격이 너무 넓어 “이거 불편한데”라 생각하면 어김없이 불법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위험천만한 보행자들이 눈에 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어르신들의 불법 횡단이 많다는 사실이다. 인근 경찰에 물어보니 “횡단 보도로 건너가려면 많이 돌아가야 해서 위험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건넌다”는 어르신들의 대답이 돌아온다고 전했다.


보행 환경을 개선하려면 아이러니하지만 차량 운전 환경을 지금보다 더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런던이나 파리 등 걷기 천국인 세계적 도시들처럼 대중교통을 장려하면서 횡단 보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만들어 차들이 길에서 신호대기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도심 최고 속도도 지금의 60km/h보다 더 낮춰야 한다.

생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영업자를 제외하곤 평소(주말 제외) 차를 갖고 시내 들어오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도심 주차장을 지금보다 줄이고, 주차장 요금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불법주차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보행자 천국은 그리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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