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의 동향을 집계한 수치들 중에서 아주 특이한 게 목격되었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수입량이 하루 평균 937만배럴로 급증했습니다. 지난 2012년 9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 2014년 하반기에 유가 폭락세가 시작된 이후로 가장 많은 원유가 미국에 수입됐다는 의미죠.
그래서 미국의 원유재고는 5억860만배럴로 폭증했습니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4월말 수준(5억1210만)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속도는 치킨게임이 열기를 더해 가던 지난 2015년 4월 이후 가장 빨랐습니다.
이미 미국의 원유재고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불어나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물량이 해외에서 몰려들었을까요?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지난해 말의 과잉생산 후유증입니다. 주요 산유국들은 올해 1월1일부터 공조 감산에 돌입했죠. 그런데 이 감산을 앞두고 석 달 동안 산유국들의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담뱃값이 인상되기 직전에 잔뜩 사재기를 해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중동의 원유가 미국의 원유탱크에 채워지기까지는 통상 30~60일이 걸린답니다. 그래서 작년 말에 집중적으로 뽑아낸 원유가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원유수입은 지난해 11월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중동 산유량이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10월)과 운송기간 등을 감안하면 서로 맞아 떨어지는 통계입니다.
따라서 이런 ‘숙취’로 인해서 산유국들의 감산 효과는 상당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답니다. 숙취가 길어지면 올 6월까지로만 되어 있는 감산시한이 연장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유가가 다시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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