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기 위해 상당기간 동안 대통령 변호인과 여러 차례 협의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현직 대통령인 점과 경호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시간, 장소 및 방법 등 대부분 사항에 대해 대통령 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비공개 요청 역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대면조사 비공개와 관련해 사전조사 일정 등은 특검법 제12조에 따라 공개를 할 수 있지만, (대통령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조사가 완료된 후 상호 동시에 수사 절차상 이뤄진 사항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고 그간의 경과를 소개했다.
박 대통령 측의 비공개 요구 수용에 대해선 “현직 대통령으로 최초의 대면조사인 점과 제한된 수사 기간 동안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 기타 경호상의 안전 등을 고려해 사전에 미리 공개하지는 않지만 조사가 끝난 후 공개하는 정도의 조건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당초 박 대통령 측과 이날 청와대 위민관에서 대면조사를 하기로 일정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7일 이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박 대통령 측은 ‘특검이 정보 유출로 비공개 합의를 깼다’며 강력 반발하며 8일 대면조사 거부 방침을 전달했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 변호인은 9일로 예정된 대면조사를 거부한다고 특검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 과정에서 드러났던 상호 간의 논란 여지가 될 부분들은 가급적 없도록 해서 (다시)조율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박 대통령 측과 보다 면밀하게 협의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비공개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어 “특검보 4명 등 내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합의된 내용을 언론에 사전 공개하거나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고, 특검 입장에서는 이를 공개할 이유도 없다”며 청와대 측의 유출 의혹을 반박했다.
특검은 다시 대면조사 일정에 대한 협의에 착수키로 했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도 “대면조사 일정을 미루는 것일 뿐 거부는 아니며 대면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 만큼 박 대통령 조사는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형사불소추 특권을 근거로 조사를 끝까지 거부할 수도 있는 만큼 특검은 수사 연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 대면조사 여부가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여부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사기간이 연장돼도 이 기간 중 탄핵이 되지 않는 이상 특검이 박 대통령 조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이 특검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특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는 한편,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 시한부 기소중지는 범죄 혐의가 있지만 당장 기소가 어려울 때 ‘특정 시기’까지 기소를 중지하는 조치다. 탄핵 이후나 임기를 모두 끝마친 후에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특검은 이날 최순실씨를 소환해 뇌물수수 혐의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소환 불응으로 일관하던 최씨는 이날 돌연 특검의 소환에 응했다. 최씨가 강제 수단 없이 순순히 출석한 건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이 특검보는 그러나 “자진 출석한다기에 상당히 기대했으나,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다만 질문하는 내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최씨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와 박 대통령의 조사 거부를 놓고 ‘둘 사이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대면조사 거부로 수사를 지연시키는 동시에 최씨를 통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