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이성한 "최순실, 차은택에 책임 넘기라고 회유"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 2017.02.06 13:17

녹음파일 공개도… 최순실 "나는 신의 저버리는 것 제일 싫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사진=뉴스1
'국정농단' 파문의 장본인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직접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전 사무총장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에 대한 9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의 회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한강 인근 주차장에서 최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7∼8월쯤 만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고영태씨가 전화를 걸어 와 최씨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고씨를 따라 한강 인근 주차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최씨가 타고 온 차량의 뒷좌석에 최씨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당시 최씨는 미르재단 관련 의혹의 책임을 모두 광고감독 차은택씨(48·구속기소)에게 떠넘기면서 회유했다. 특히 이 전 사무총장은 차씨의 추천으로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됐는데도, 최씨는 이사회 의결로 선임된 것처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또 당시 고씨가 녹음의 우려가 있다며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간 사실도 공개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전 사무총장이 최씨와 차씨 등과 대화를 나눈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올까봐 녹음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렇게 녹음한 파일은 총 70여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개된 녹음 파일에는 최씨가 이 전 사무총장에게 "나는 신의를 저버리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등의 말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전 사무총장이 재단 운영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최씨가 이 전 사무총장과 차씨 사이를 중재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최씨는 "이 총장을 차 감독이 재단의 적으로 만든다. 얘기해서 풀어라", "차 감독 등의 싸움에 내가 등이 터진 것" 등의 말을 했다.


이 밖에 차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 가는데 한국 음식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면서 회장님(최순실씨)에게 미션을 줬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무총장은 "미르재단 운영을 주도한 것은 최씨"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자신이 미르재단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2015년 4월 박 대통령과 함께 멕시코 순방 중이던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화해서 저한테 그렇게 이야기하면 대통령 뜻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모두 끝난 뒤에는 최씨가 직접 이 전 사무총장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최씨는 이 전 사무총장에게 "한강 주차장에서 누구 전화기로 녹음을 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전화기가 아니고 주머니에 녹음기가 별도로 하나 더 있었다"고 답했다.

최씨는 또 당시 이 전 사무총장이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전 사무총장은 "고씨에게 한 이야기를 헷갈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재차 금품을 말한 적이 없느냐고 묻자 이 전 사무총장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하늘에 맹세하고 절대 없느냐"고 최씨가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사무총장은 한 때 최씨의 측근으로 분류됐지만, 최씨의 각종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는 등 고발자 역할을 해 왔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고영태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최씨와 고씨가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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