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실반지를 여러 개 착용하는 것도 즐긴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패션 센스를 뽐낼 수 있어서다. 직장 내에서 옷차림보다 액세서리에 제약이 덜하다는 것도 주 씨의 '주얼리 사랑'에 한몫 했다.
주 씨는 "귀고리 종류만 달리해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된다"며 "요즘은 가격대와 디자인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나만의 주얼리'를 만들 수 있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값비싼 보석' 이미지가 강했다면 요즘은 적은 돈으로 '패션 피플'이 될 수 있는 '꿀템'(꿀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적은 돈으로 높은 만족감을 안겨주는 '작은 사치'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주얼리' 시장이 대표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얼리 시장은 6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코스튬·브리지 주얼리로 대변되는 '패션 주얼리' 시장은 전체 주얼리 시장(6조원) 내에서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국내 패션 주얼리 시장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오랫동안 선두를 지키고 있다. 2000년에 국내 지사를 설립해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겨냥한 폭넓은 디자인으로 ‘패션 주얼리’ 시장을 선점했다.
스와로브스키 관계자는 "최근에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로 인해 하나의 제품으로 다채로운 사용이 가능한 멀티(multi-functional) 제품들이 인기"라며 "탈부착 가능한 장식, 다양한 길이의 목걸이를 자유롭게 겹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주얼리 전문업체뿐 아니라 패션 업체들도 '주얼리 사랑'이 커졌다. 새로운 주얼리 브랜드를 내놓거나 기존 패션 브랜드 내에서 액세서리 라인을 확장했다. 에잇세컨즈, 자라, H&M 등 국내외 SPA(제조. 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1~2만원대 제품들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제이에스티나는 시계제조업체 로만손이 2003년 선보인 브랜드다. 특유의 왕관 모양 디자인이 주목을 받으며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2007년 주얼리 매출이 시계 매출을 넘어 2014년 799억원, 2015년 813억원으로 늘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협찬 덕에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올라 지난해엔 1030억원을 기록했다. 가방, 화장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발판이 됐다.
디디에 두보는 패션 기업 세정에서 2013년 론칭했다. 여러 개의 반지를 착용하는 '레이어드 스타일링'을 유행시키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한류스타 전지현, 수지를 비롯해 할리우드 여배우 레아 세이두, 프랑스 패션 아이콘 줄리아 로이펠드 등 글로벌 스타들을 뮤즈로 내세웠다. 면세점 중심으로 확장했고 프랑스, 홍콩 편집숍에도 입점했다. 2014년 매출 150억원에서 지난해 350억원으로 증가하며 3년 연속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는 45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우림FMG가 2008년 론칭한 스톤헨지는 최근 전지현을 앞세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다. 웨딩 컬렉션부터 실버 컬렉션 등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로이드, OST, 클루 등 브랜드는 지난해 15~20% 성장세를 보였다. 트렌디한 디자인 제품 출시와 상품군 확대를 통해 올해도 두자릿수 신장을 예고했다.
주얼리 업계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 론칭이 활발하고 시장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국내 주얼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 채널에서 주얼리 브랜드 파워가 견고해질 것으로 보이며 가성비를 무기로 한 디자이너 브랜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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