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꿈수저…"이젠 저도 보태려 합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7.02.02 06:30

[피플]삼성드림클래스 1기 출신 포항공대 물리학과 1학년 최수민씨

/사진=심재현 기자
이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두가지 궁금증 때문이었다. 첫째, 대기업의 숱한 사회공헌사업이 이미지 포장용으로 치부되기 십상인 시대에 이런 사업의 혜택을 본 이의 솔직한 생각은 어떤지. 둘째, 12년의 고단한 학창 시절을 이제 막 빠져나온 대학 초년생이 굳이 '후배'들을 돕겠다며 묵은 중학교 수학책을 다시 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다.

설 연휴 첫날이던 지난달 27일 서울시내 커피숍에서 만난 최수민씨(20·포항공대 물리학과 1학년·사진)는 올 1월 서울대에서 진행된 '삼성드림클래스'의 대학생 강사였다. 최씨는 대전 둔원중 3학년이었던 2012년 드림클래스에서 수업을 받았던 1기생 출신이기도 하다. 드림클래스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교육을 받기 힘든 중학생에게 '교육 희망 사다리'를 놓겠다는 목적으로 삼성그룹이 2012년 3월부터 시작한 지원사업이다.

최씨는 인터뷰 전날까지 꼬박 3주 동안 서울대 캠퍼스에서 경기도와 강원도 지역 여중생 10명과 먹고 자면서 수학을 가르쳤다. 영어를 담당한 다른 대학생 강사와 함께 총 150시간을 쪼개 중학교 3학년 1학기 과정을 강의했다. 대학생활의 '자유'를 만끽할 나이, 고민하고 방황하고 노는 데도 시간이 부족할 대학 첫 겨울방학의 절반을 들여 때아닌 중학시절을 제발로 되밟은 셈이다.

최씨는 중학시절 처음으로 드림클래스에 참여했을 때를 돌아보면 이런 수업이 도움이 되면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한달에 수십만원 수백만원짜리 사교육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당장 학원 한곳을 다니기 어려운 여건이 더 팍팍하게 다가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대학생 언니 강사들과의 수업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꿈이 생겼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였던 서대전여고에 진학해 여학생으로는 흔치 않은 공대로 진로를 선택한 게 바로 이 시절의 경험 덕이었다. 최씨의 꿈은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관련 연구원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합격했지만 학부 시절 보다 넓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포항공대 물리학과를 선택했다.


최씨는 만만찮은 자사고 학비 부담을 드림클래스 출신에게 지원되는 '꿈장학금'으로 덜어낸 것도 감사한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장학금을 받기까지 치열한 과정 역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번 캠프에서도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운 게 가장 좋았다"고 말해준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씨는 드림클래스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꿈수저라고 말했다. 자신도 여전히 한 명의 꿈수저로 누군가의 롤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시절을 지나온 선배로 어깨를 빌려줄 수 있다면 족하다고 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올 여름에도 드림클래스 강사로 활동할 생각이다.

"저는 도움을 받아봤으니까 알아요. 이런 도움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대기업의 공헌활동을 색안경 낀 눈으로 볼 게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지원했으면 좋겠어요. 이젠 저도 좀 보태고 싶고요."

꿈을 담은 드림클래스에는 현재까지 중학생 5만5000명, 대학생 1만5000명이 거쳐갔다. 이중 455명이 특목·자사고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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