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했던 추사체? 후대엔 명필…유홍준의 '안목'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7.02.04 06:44

[따끈따끈 새책] 유홍준 교수의 美를 보는 눈 '안목'

'추사체'를 만들어낸 김정희, 후대엔 최고의 명필로 꼽히지만 당대엔 '괴기스러운 취미'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근자에 들으니 제 글씨가 세상 사람의 눈에 크게 괴(怪)하게 보인다고들 하는데 혹 이 글씨를 괴하다고 헐뜯지나 않을지 모르겠소."

추사의 편지에는 자신의 개성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걱정과 하소연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당대의 안목들은 추사의 진가를 알아봤다. 동시대 문인인 유최진은 그를 적극 옹호하곤 했다.

"추사의 글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들은 괴기한 글씨라 할 것이요, 알긴 알아도 대충 아는 자들은 황홀하여 그 실마리를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예술작품의 가치는 작품성 그 자체로만 완성될 순 없다. 작품의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들의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같은 작품의 가치는 절하되기도 하고, 다시 올라가기도 한다.

'국보순례', '명작순례'를 펴냈던 유홍준 교수가 바로 이 '안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새 책을 펴냈다.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세번째 시리즈다.

그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이론적인 해설에 천착하지 않는다. 대신 건축, 불상, 백자, 청자부터 서화 감정, 평론 등 각 예술 분야에서 훌륭한 안목으로 꼽히는 이들이 어떻게 '미'(美)를 대했는지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개인의 취미를 넘어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된 미술품 애호가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안평대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안견과 같은 화가를 후원해 '몽유도원도'란 명작을 탄생시켰고 간송 전형필은 "서화 전적과 미술품은 조선의 자존심"이라며 한국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수집해 지켜냈다.

유 교수 자신의 안목을 엿볼 수도 있다. 그는 변월룡, 이중섭, 박수근 등 우리나라 근현대미술 거장의 회고전을 둘러본 뒤 남긴 후기와 평론 등을 모아 담았다.

추사가 그러했듯, 서양의 쿠르베와 마네, 반 고흐도 세상의 안목이 작가의 뜻을 따라잡지 못했을 땐 푸대접을 받았다. 그들의 예술이 재평가받고 복권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귀재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높은 안목의 소유자는 창작자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다.

그는 최근 미술계가 진위문제로 시끄러운 것도 "권위있는 안목이 없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목을 발견하기 어려운 지금, 책 '안목'은 어떻게 아름다움을 바라봐야 하는지,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목=유홍준 지음. 눌와 펴냄. 320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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