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여행의 맛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 2017.02.0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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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오래전 아내와 남해 금산에 갔었던 적이 있다. 산정 가까운 곳, 서울여인숙에 도착한 것은 땅거미가 이미 진, 늦은 시각. 여인숙엔 감나무처럼 늙은 여인과 노파의 아들인 듯싶은 청년이, 낡은 여인숙에 의지해 살고 있었다. 노파는 시장하시겠다며 부랴부랴 밥상을 차려왔다. 뭇국에 나물 반찬이 맛이 깔밋해 밥상을 물리며 찬과 밥이 아주 맛있다고 하니 노파는 뭔 맛이 있겠어요. 손님이 시장해서겠죠, 한다. 그 깔밋한 맛의 비결은 노파의 투박한 손과 그 손에 묻어있는 겸손이었다. 뒷날 아침, 남해 금산에서 바라다보이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모두 겸손하게 보였다. 사람도 풍경을 닮는 게지. 풍경 홀로 도드라지긴 어렵다. 풍경은 맛과 사람의 체온으로 해서 그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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