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삼성전자가 본사를 외국으로 옮긴다면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7.01.31 06: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파헤치기 위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설 연휴도 반납하고 수사에 매진했다. 워낙 방대한 사건이다보니 특검팀은 앞으로 남은 한달 동안 '효율적'인 수사를 통해 '정의'와 '법질서' 바로세우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특검은 '삼성의 뇌물죄'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강공을 펼쳐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지난 19일 법원으로부터 기각됐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주장대로 '죄'가 있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법 적용에 있어서 힘없고 가난한 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되며, 기업가가 '반(反) 기업' 정서 등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된다.

이 때문에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고 '갈등'을 부추겨 주목받겠다는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예컨대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손에 들었던 '쇼핑백'은 '가십'은 될 수 있을지언정 '뉴스'는 아니다.

과거의 잘못은 '법의 심판'에 맡기고 이제는 앞도 바라봐야 한다. 계속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기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줘야 한다. 이는 당장 우리 일자리와 소득, 더 나아가 국가의 재정문제와도 직결된 문제다.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삼성전자의 법인세비용 차감전계속사업이익은 30조7136억원에 달했다. 단순하게 계산할 때 삼성전자는 오는 3월 말까지 법인세비용(법인세, 주민세, 농어촌특별세)으로 약 7조원을 낸다.


삼성전자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납부한 법인세비용은 총 28조7737억원. 같은 기간 총 법인세 규모가 190조267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홀로 우리나라 전체 법인세의 10%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2015년 삼성전자의 지역별 매출에서 국내 비중은 10.8%에 불과했다. 미주가 31.4%로 가장 높았고, 중국(23%)과 아시아 및 아프리카(21.6%)가 그 뒤를 따랐다. 유럽 비중도 12.8%로 한국보다 높았다. 해외에서 대부분의 돈을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법인세는 국내에 낸다.

삼성전자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삼성전자의 본사가 굳이 한국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도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수의를 입고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큰 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말이다.

이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사 엑소르는 지난해 9월 이탈리아에 있는 본사를 네덜란드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엑소르를 이끄는 '아그넬리' 가문은 이탈리아의 '로열 패밀리'로 불리지만,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심한 이탈리아를 떠나는 결단을 내렸다. 기업은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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