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기-승-전-대선(大選)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7.01.27 03:20
민족 최대의 축제인 설 명절이 시작됐다. 벌써 주요 역과 터미널, 공항에는 양손에 선물 보따리를 든 귀향인파들이 몰려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에 거주하는 자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시골 어르신들의 역귀향도 분주한 모습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사회적 덕목이 된지 오래지만 이번 설에 만나는 가족·친척들은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으면 좋겠다. 특히 일자리를 잃은 가장이나, 아직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 그 어느때보다 온정이 함께하는 시간이 됐으면 싶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부는 나름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지만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처한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미·중·일 등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제 목소리 내기도 쉽지않다. 영원한 우방(?)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연일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흔들리면서 국민들의 삶은 당분간 더 피폐해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2017년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는 코드중 하나가 바로 주변 골목마다 늘고있는 로또 판매점과 판매액이다. 2002년 12월 첫 선을 보인 로또복권 판매량은 작년 한 해 3조55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로또 당첨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서민들은 그 꿈을 쫓으며 비어가는 주머니를 탈탈 털었을 것이다.

로또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건 사실 2003년도였다. 그때 연간 판매액은 지금보다 2500억원이 가량이 많은 3조8천억원이었다. 1등 당첨금도 훨씬 더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국민들을 사행성 게임으로 몰아간다는 비판을 의식한 정부가 게임당 가격을 절반인 1천원으로 내렸고, 그럼에도 당시 판매액과 근사치를 기록한 2016년 로또 판매량은 엄청난 수치다. 정말 '로또광풍'이 불었다.

이런 일확천금을 겨냥한 복권업은 대표적 불황업종중 하나다. 가까운 일본도 대불황을 겪으면서 이같은 복권방, 뽑기방과 같은 사행성 업종에 사람들이 몰렸다. 혹자는 긴장된 삶에 잠시 재미삼아 하는 '저렴한 사치'로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심각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은 더이상 공감을 사지 못한다. 이들이 로또열풍에 동참하는 건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막다른 선택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살기가 어려워져서 인지 요즘 보험을 해약하고 적금을 깨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궁핍해 진 살림살이를 꾸려야 하는 개인의 고통은 엄청나다. 당장 몸이 아파도 어지간하면 병원가는 걸 미루게 되고, 외식 등과 같은 사치는 더 이상 없다.

개인들의 경우, 이 수준을 넘어서면 결국 나가는 돈을 줄이는 건데 대표적인 게 바로 보험과 펀드, 적금해약이다. 실제 작년 5대 시중은행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이 45.3% 였다고 하니 가입자들의 체감경기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며 로또구매에 몰릴 수 밖에.

우리네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로또밖에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는 게 바로 로또복권이다. 헌데 안타깝게도 그 당첨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814만분의 1이라고 하니 벼락을 한 번도 아닌 두번은 맞아야 하는 수준이다. 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래서 얘기한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꿈꾸느니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말의 성찬보다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정치인을 뽑고, 그들과 함께 공정사회를 만들어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결국 기-승-전-대선(大選)이다. 이번 설 명절에 모인 가족들이 덕담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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