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 보조·대체 지표로서 커창지수나 그린스펀지수는 국내 경기 흐름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커창지수 중 비중이 가장 큰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공장 가동과 직결돼 있어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최근 궤적만 보더라도 한국 경제성장률과 비슷하다.
◇저성장 궤적과 같은 산업용 전력판매량 추이
한국전력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8%로 급감했다가 이듬해 12.3%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은 0.7%에서 6.5%로 뛰었다. 2012년 들어 산업용 전력판매량 증가 폭이 2%대로 떨어진 점도 같은 시기 2%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 모습과 흡사하다.
최근 산업용 전력판매량 증가 폭이 저조한 점은 한국 경제에게 '경고 신호'다. 2015년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2009년보다 낮은 0.4% 증가에 그쳤다.지난해 1~11월 누적 증가율(1.7%) 역시 2009년 수준을 밑돈다. 경제 성장의 큰 축인 제조업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 기업 대출잔액 증감율도 경제성장률 흐름과 유사하다. 기업 대출잔액은 2008년 19.7%에서 2009년 2.9%로 크게 떨어졌다. 3년 만에 경제성장률이 3%대를 회복했던 2014년 기업 대출도 8.3%로 뛰었다. 하지만 2015년 7.1%를 기록한 뒤 지난해 하락세가 지속됐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 기업 구조조정 등 칼바람이 불면서 대출을 통한 기업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다.
수출과 내수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철도 화물운송량 역시 2009년 16.9% 급감했다. 금융위기 여파다. 철도 화물운송량은 2010년 반등했지만 2013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다만 화물운송의 경우 육상 운수업을 감안해야 하는 면도 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차(4·5종)의 고속도로 이용대수 증가율은 2013~2015년 3.9~5.3%를 기록했다.
◇그린스펀이 살펴 본 쓰레기배출량, 내수 가늠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챙겨본 쓰레기 배출량 역시 유의미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런스펀 전 의장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행위의 최종 도착지가 쓰레기라는 판단 아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 쓰레기 매립지에 방문하곤 했다.
최근 쓰레기 배출은 분리수거 정착 등 구조적 요인으로 감소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처럼 특수 상황에서 내수 경기 가늠자 역할을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조사한 2014년 4월 서울·인천·경기도 생활 폐기물은 7205만2610㎏으로 2011년 11월 이래 가장 많았다, 곧이어 2014년 5월과 6월에는 각각 5995만8030㎏, 4893만7900㎏으로 1210만kg, 2312만kg 줄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소비가 침체된 결과였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신용카드 신용액을 기반으로 한 속보성 소비 지표를 개발하는 게 한 예다. 국내 소비의 76%를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만큼, 기존 서비스업생산지수·소매판매액지수보다 정교한 속보성 지표를 내놓겠다는 목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커창지수는 생산 측면에서 '물적 자본'을 바탕으로 경기를 측정했는데 '인적 자원' 측면에서도 경제 지표를 발굴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경기가 안 좋을 때 팔리는 물품이나 저가 품목 비중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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