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your father"…스타워즈와 朴대통령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7.01.29 09:26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가문의 죄와 구원을 그린 '스타워즈'…속죄를 통한 구원의 길

"I'm your father."(내가 네 아버지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 가운데 하나다. 1980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을 'SF(공상과학)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털어놓은 비밀에 전세계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뺨치는 반전이었다. 그저 그런 SF 영화에 그칠 수도 있었던 스타워즈는 이 대사를 계기로 한 가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우주 대서사시'로 탈바꿈했다.

스타워즈는 기본적으로 스카이워커 가문의 죄와 구원을 그린 영화다. 엄청난 '포스'(힘)를 타고나 우주를 구할 영웅으로 지목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제다이 기사'가 돼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운다. 그러나 결국 '어둠의 힘'에 사로잡혀 '악의 결정체'인 다스베이더가 되고 만다. 이후 버려진 그의 아들 루크도 제다이 기사가 돼 다스베이더를 상대로 싸우게 된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지도 모른 채.

시간 순으로는 이런 이야기지만 스타워즈는 이야기의 순서를 뒤집어 놨다. 아들 루크를 주인공으로 한 에피소드 4∼6이 먼저 개봉했고, 아버지 아나킨을 다룬 에피소드 1∼3은 한참 뒤에 나왔다. 관객들이 "I'm your father."란 대사에 전율한 건 이런 가족사를 모른 채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개봉 직전까지 두 사람의 부자 관계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심지어 해당 장면을 연기할 배우들까지 속였다. 배우들은 카메라가 돌기 직전에야 "I'm your father."란 대사를 받아들었다. 당초 제작진이 두 배우에게 알려준 대사는 "(제다이 기사) 오비완이 네 아버지를 죽였다."였다.

스타워즈 매니아들이 이른바 '신약(성경)'으로 부르는 에피소드 4∼6는 다스베이더의 속죄와 스카이워커 가문의 구원으로 막을 내린다. 자신의 주군인 황제와 아들 루크 사이에서 갈등하던 다스베이더는 끝내 자신의 손으로 황제를 시해하고 장렬히 최후를 맞는다. 어둠의 노예였던 지난 날을 회개하고 마지막 순간 잠시나마 아버지이자 제다이 기사로 돌아간 셈이다.

영욕으로 점철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79년 10월의 어느 날 총성과 함께 1부의 막을 내린 이 가문의 역사는 1998년 딸의 정계 입문과 함께 2부로 이어졌다. 2012년 겨울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문의 영광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2부도 이제 끝이 멀지 않았다. 짧으면 한 달, 길어도 1년이다.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꿈 꿨던 딸은 지금 탄핵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탄핵소추 이후 줄곧 관저에서 칩거하던 박 대통령은 설을 앞둔 지난 23일 눈 덮인 선친의 묘소를 찾았다. 박 대통령은 모처럼 마주한 아버지 박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건넸을까. 박 대통령은 아버지에게 위로를 구했을까, 용서를 구했을까.

1부의 끝을 아버지는 선택하지 않았지만, 2부의 끝은 딸이 선택할 수 있다. 아름답진 않더라도 역사에 덜 비극적으로 기록될 결말을 남길 기회는 아직도 남아있다. 적어도 딸 만큼은 남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청와대를 떠나길 아버지는 바라지 않을까. 억울함이 없지 않겠지만, 책임도 아예 없을 순 없다. 수많은 증거와 증언들을 영원히 외면할 순 없다.

스카이워커 가문이 그랬듯 이 가문도 마지막 순간 속죄를 통해 한줄기 구원의 빛을 발견할 수 있진 않을까. 아버지가 일군 국가를 위해 딸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실 앞에 홀로 서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이 가문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박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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