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의 길위의 편지] 쿠바에도 겨울이 있다?

머니투데이 이호준 시인·여행작가 | 2017.02.04 09:52

<53> 여행준비, 날씨부터 파악하라

편집자주 | 여행은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다.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수단이다. 여행자들이 전하는 세상 곳곳의 이야기는 흥미와 대리만족을 함께 안겨준다. 이호준 작가가 전하는 여행의 뒷얘기와 깨달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쿠바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에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쿠바에도 겨울이 있어요?”

“그럼요. 11월 중순이 넘으면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질 때가 있거든요. 그게 겨울의 시작이에요.”

“에이, 25도 정도 가지고 무슨 겨울이라고….”

“모르는 소리 말아요. 그때쯤이면 우리도 월동준비를 한다고요.”

“월동준비? 뭘 어떻게 하는데요? 설마 난로를 놓는 건 아닐 테고.”

“럼을 들여놓아요.”

“럼? 그게 월동장비라고?”

“그럼요. 추울 땐 럼을 마시면서 몸을 따끈하게 데우는 거지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현지인과 진지하게 나눈 대화다. 쿠바는 사바나 기후대에 속한다. 연평균 기온은 25도지만 겨울을 빼면 무척 덥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낮 최고기온이 37도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더운 나라라고 날씨의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절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처럼 계절 간의 차이가 뚜렷하고 겨울이 추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느 계절에 가도 덥기 때문에 실감을 못할 뿐이다. 지역 차이도 있다. 카리브 해와 마주한 남쪽 지역은 무덥고 햇볕이 강하며, 대서양을 바라보는 북쪽은 비교적 서늘하고 날씨 변화도 심하다.


쿠바의 날씨를 이야기하다 보면 최근에 겪은 경험이 먼저 떠오른다. 작년 초겨울 쿠바에 가기 전에 오랫동안 몸이 안 좋았다. 감기몸살이 분명한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낫지 않았다. 한 달 이상 심한 근육통과 무기력증, 추위에 시달렸다. 병원을 세 곳이나 갔는데도 주사를 놓거나 약을 지어줄 뿐 특별한 처방이 없었다. 큰 병에 걸린 게 아닌가 싶어 은근히 두렵기도 했다. 그 상태로 여행을 떠난다는 게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취소할 상황도 아니었다.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가까운 한밤중이었다. 그런데도 공항 문을 밀고 나서자 생경한 열기가 훅! 하고 달려들었다. 못 견딜 정도로 무덥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겨울의 초입의 추위 속에서 느닷없이 공간이동을 한 상황이니 꽤 더울 수밖에 없었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바로 숙소로 가서 잠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몇 시간 자고 일어나니 몸이 거뜬했다. 몸 안에 머물던 통증과 한기가 어디론가 달아나버린 뒤였다.

초겨울인데도 농부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진=이호준 시인·여행작가


생각 끝에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극단적인 기온 차이가 ‘범인’이라는 것이었다. 작년 겨울 캠핑카를 타고 북유럽을 한 달 동안 떠돌면서 몸에 한기가 든 게 분명했다. 그것도 뼛속까지 얼리는 한기였다. 봄, 여름, 가을까지는 잠복해 있어서 몰랐는데, 찬바람이 다시 부니 숨어있던 한기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 아닐까. 그 탓에 계속 춥고 아프다가 뜨거운 나라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났더니 한기가 녹아버린 것이었다. 물론 의학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앞에 밝힌 대로 쿠바에도 분명히 계절의 변화가 있다. 정확한 경계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계절을 나눌 수 있다. 11월부터는 쿠바 역시 겨울과 건기가 시작된다. 건기는 2월까지 계속되는데 낮에는 덥고 밤과 아침저녁에는 서늘하다. 12~15시 햇볕이 강한 시간 외에는 20도 안팎의 기온을 보인다. 이 계절은 여행자들이 많이 쿠바를 찾는다. 서늘할 때 걸쳐 입을 수 있는 얇은 점퍼를 준비하는 게 좋다.
2월부터 5월까지는 기온이 점차 올라간다. 낮에는 바다에 들어갈 만큼 뜨겁기 때문에 수영복을 갖고 가면 좋다. 보통은 반팔 티셔츠로 충분하지만 날씨가 변덕을 부릴 것에 대비해서, 역시 얇은 점퍼 같은 게 있으면 좋다.

5월부터는 무덥고 비가 잦아진다. 비가 쏟아지면 양이 많기 때문에 건물 내부 등으로 피하는 게 좋다. 비가 그치고 나면 금방 더워진다. 7월 중순에서 9월초까지는 살인적이라고 할 만한 더위가 지속된다. 8월까지는 비도 자주 온다. 9월 중순에서 11월 초까지는 가을이라고 할 수 있다. 11월초부터 기온이 조금씩 낮아지면서 낮에는 땡볕이 내리 쪼이고 저녁에는 선선한 날이 시작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면 누구나 사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게 된다. 특히 날씨는 필수 정보다. 옷 등의 준비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쿠바 여행 역시 계절을 감안해서 적절한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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