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인사 전횡 낱낱이 폭로한 유진룡 "朴대통령이 역정내"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 2017.01.25 14:31

'블랙리스트' 멈춰달라고 제의했지만 朴은 '묵묵부답'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권의 문체부 인사 전횡에 대해 낱낱이 폭로했다. 특히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의 인사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박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나와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좌천성 인사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2013년 7월23일 문체부는 청와대가 작성한 체육단체 운영비리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대리로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이후 청와대는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체육계 문제를 다시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유 전 장관은 "이미 보고를 한 지 1개월 후인 같은해 8월 승마협회 문제를 포함한 체육계 비리문제 대책을 대면보고하라는 지시를 또 받아 의아했다"며 "당시 정윤회씨의 딸인 정유라라는 선수가 있고 정윤회씨가 최순실씨의 남편이었다는 점, 최씨가 아주 오래전부터 박 대통령과 잘 알고 지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오랜 고민 끝에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합의를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는데 박 대통령이 수첩을 보고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들은 참 나쁜 사람이라 그러더라'고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과장, 국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장관이니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인사 지시를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기 때문에 장관에게 맡겨달라'고 제안을 했는데 박 대통령은 역정을 내면서 인사 조치를 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 두 사람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두 사람은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고 그런 보고서도 실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이 일괄 사직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사직서를 낸 전후 이미 부내에서 이 사람들을 내보내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며 "그 배경과 역할을 누가 했는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박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2014년 7월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전 박 대통령을 만나 "'블랙리스트'라는 차별과 배제 행위를 멈춰 달라"며 "사회 비판을 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장관으로 임명될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반대하는 사람들을 안고 가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2013년 8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2013년 2월 장관직을 제안받을 당시 박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저를 지지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안고 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김 전 실장 등으로부터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불이익을 요구하는 지시를 끊임없이 받았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2014년 1월 박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하는 쪽을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이 '원래대로 하라'고 해 소신대로 일을 진행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그와 같은 보고에 짜증을 내고 화를 많이 냈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특히 세월호 참사 후 박 대통령에게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럼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정권의 문체부 전횡 등의 배경에는 김기춘 전 실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데 대해 김 전 실장이 굉장히 큰 책임이 있다"며 "김 전 실장이 임용된 후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키고 대한민국이 공안통치하는 사회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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