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PP '영원히' 탈퇴"… '자유무역 역주행' 본격화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01.24 16:21

(종합)다자→양자협정 美 무역정책 대전환 자유무역질서 파란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사진=뉴스1, AFP
세계화의 시계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시간의 중력을 거스르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영원히'(permanently)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인, 특히 노동자들을 위해 공정하고 경제적으로 이로운 무역협정을 맺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의 탄생을 예고한 TPP 체제가 사실상 무너졌다.

TPP는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해 2월 최종 서명을 마쳤다. 협정 발효를 위해 남은 절차는 국가별 비준뿐이었지만 미국의 이탈로 발효 조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션 스파이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무역에서 미국을 우선으로 한 양자무역으로 정책기조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 양자 FTA를 제안할 공산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연간 700억달러로 중국, 독일 다음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양자 협상에서 미국이 공세를 취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캐나다, 멕시코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도 천명했다. NAFTA 재협상에서도 '미국 우선주의'가 통하지 않으면 탈퇴한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과 캐나다 정부 관리들의 말을 빌려 양국이 NAFTA 재협상 중에 멕시코를 배제한 채 양자 FTA 협상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TPP, NAFTA뿐 아니라 이미 맺은 무역협정을 모두 재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TPP 탈퇴 행정명령은 다자 무역협정 대신 양자 무역협정을 추구하는 미국 무역정책의 새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전제로 다자 FTA 대신 양자 FTA를 추구하는 것은 세계화의 추세를 거스르는 것으로 세계 무역질서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도 그럴 게 세계화의 근간인 자유무역은 양자 FTA에서 다자 FTA, 궁극적으로는 경제 공동체를 추구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또한 자유무역은 당사국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호혜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고수하는 한 자유무역질서가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자 사설에서 트럼프의 TPP 탈퇴 선언이 TPP에 대항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해온 중국에 전략적 이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한 빨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를 일본에 보내 '플랜B'(차선책)를 궁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TPP의 경제·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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