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긴장 완화 해법은 중국 손에…"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 2017.01.23 16:13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최악의 무역전쟁을 막으려면 중국이 대미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중국의 투자는 인수·합병 방식이 아니라 미국 내 기초 인프라시설 확충이나 일자리 늘리기 같은 순수한(?) 의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양국 무역협상은 복잡하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트럼프가 공약한 1조달러 인프라 투자에 미·중간 중요한 협력 기회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도로와 교량, 터널, 비행장 등에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취임 직후 밝힌 6대 정책 기조에도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을 내세우는 등 인프라시설 확충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다.

◇미·중 인프라투자 협력으로 '긴장 완화' 가능

둬웨이는 미국외교협회 에드워드 알덴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트럼프정부가 중국을 향해 미국의 인프라시설 투자를 개방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에도 대량 취업의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도 이런 투자는 안정적인 보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둬웨이는 “트럼프정부의 일부 관계자는 미·중 관계를 무조건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의 미국 인프라시설 투자는 트럼프정부의 (중국에 대한)우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으로 꼽힌다. 미국은 오바마정부 시절 AIIB가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WB)과 경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창립 1주년을 맞은 AIIB 행보로 볼 때 WB에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이같은 우려는 기우임이 입증됐다. AIIB는 1년간 총 9개 인프라시설 프로젝트에 17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진리쥔 AIIB 총재도 미국 가입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중국 기업 '미국 일자리 확대'도 양국관계에 도움

중국 민간기업이 미국 일자리 확대를 위해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년 내 2500만개 일자리를 늘린다고 선언한 만큼 중국 기업들이 이에 적극 나서면 양국 긴장이 완화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는 456억달러로 이미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도 10만개에 달한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인수·합병 방식의 일방적 투자로 되레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트럼프와 면담에서 제시한 것처럼 순수하게 미국의 일자리를 늘려주겠다고 제안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견해다. 마윈 회장은 당시 앞으로 5년 내 미국의 100만개 소형기업을 알리바바 쇼핑몰에 등재해 미국 제품을 중국 소비자들이 구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 부자인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도 지난해 말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2만명을 새롭게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왕젠린 회장은 “수년 전 완다그룹이 미국 영화관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을 때 많은 사람이 AMC 영화관에서 중국 영화만 상영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중국시장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에도 가장 큰 성장의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중간 이같은 돌파구는 난관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미 2015년 9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로스엔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320km 구간의 고속철 프로젝트에 미·중 합작투자가 합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미국 측 사업 파트너인 엑스프레스웨스트는 이를 취소했다. 미국산 고속철만 운행해야 한다는 미 연방정부 규정 때문에 합작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자본이 미국 산업 곳곳에 깊이 침투하는 것도 미국에선 반대 여론이 높다. 일부에서는 중국 자본이 할리우드 영화사 같은 엔터테인먼트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트럼프정부가 적극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중국 "환율제도에 더 유연해야 한다"는 지적도

한편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사회과학원 글로벌경제정치연구원 장밍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인민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위안화 방어에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게임”이라고 전했다. 장밍 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은 긴급한 시기에 사용해야 하는 귀중한 자산”이라며 “인민은행이 외환 매도를 중단하고 외환보유액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 장빈 연구원도 인용해 “변동환율제가 큰 폭의 위안화 절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위안화 절상이 중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환율제도에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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