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오는 3월에 발행하는 유상증자의 1차 발행가액이 2만800원으로 확정됐다. 1차 발행가에 따른 유증 규모는 총 4577억원이다. 현재의 주가 수준(2만8400원)이 유지될 경우 발행가는 2만800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채비율 1000%가 넘어가면 87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조기상환해야 하는 리스크(기한이익상실)가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내년까지 1조18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되는 것도 자본 확충의 이유 중 하나다.
유증 성공을 위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지분 32.3%)은 배정물량의 100%를 청약할 계획이다. 아직 이사회 의결이 남았으나 지분유지 등을 위해서도 참여는 필수다. 최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한진칼의 유증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칼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 한진칼이 100% 청약을 위해 준비해야할 금액은 약 1135억원지만 한진칼의 현금성자산은 264억원(지난해 3분기말 기준)에 불과하다. 이에 유증 참여를 위한 추가 차입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한진칼이 보유 중인 대한항공과 ㈜한진의 주식을 담보로 금융업계에서 돈을 빌릴 것으로 본다. 한진칼은 현재 대한항공과 ㈜한진의 지분을 담보로 930억원가량을 차입한 상황이나 총 지분가치가 5500억원에 달해 추가차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다만 추가차입에 따른 연간 수십억원의 이자비용은 한진칼의 몫이다. 사실상 대한항공의 부채 일부를 한진칼이 나눠 갖는 셈이다.
유증 후에도 대한항공의 재무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금융리스와 회사채, ABS(자산유동화증권) 등 2018년 만기되는 금융부채가 2조8110억원에 이른다. 또 2013년 발행한 2100억원의 영구채 이자율이 2018년 6월부터 9.9%로 높아지는 것도 큰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도 문제지만 미국의 금리 상승도 재무안정에 부정적"이라며 "외화로 발행된 채권이 많아 국내 기업 중 미국 금리 상승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원태 사장은 지난 20일 기자와 만나 "(유동성 부족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계속 영업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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