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4조 굴리는 한국벤처투자 기금관리 '주먹구구'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7.01.24 07:00

중진공 종합감사 결과 기관경고등 총 29건 무더기 지적…8000억 규모 미투자자산 단기예금에 방치

정부 기금으로 조성된 14조원 넘는 벤처투자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주먹구구식으로 기금을 관리하고, 조직을 운영한 사실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종합감사를 통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한국벤처투자는 정관이나 규정 변경, 예산 관련 등 중요한 결정을 서면으로 결의하는가 하면 수천 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금리가 낮은 단기예금에 방치해 수십 억원의 수익기회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말 한국벤처투자에 대해 실시한 종합감사결과(2014년9월~2016년9월)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투자조합관리 미비 등의 이유로 기관경고 4건, 주의 7건, 시정 2건 등 총 29건의 지적을 받았다.

가장 크게 지적을 받은 기관경고는 예산과 재무에 관한 사항 등 이사회 결의사항을 대부분 서면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중진공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13번의 이사회를 열었는데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서면으로 갈음했다. 특히 엔젤투자매칭펀드 출자승인 등 이사회 의결 의무사항인 투자조합 결성조차 서면으로 처리했다.

이밖에 법인카드 모니터링 불철저, 인사관리업무 부적정, 국가계약법 미준수 등 3건에 대해서도 기관경고를 받았다.


자금운용도 허술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9월까지 수천 억원에 달하는 모태펀드 미투자자산의 99%를 별도 운용계획 없이 단기예금에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특허청 등 7개 부처가 모태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조선업 구조개선펀드'를 조성하겠다며 추경예산으로 확보한 1000억원도 그대로 잠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이중 지난해 모태펀드 출자조합에 출자되지 않고 대기 중인 미투자자산은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는 구체적인 금융기관 선정기준, 포트폴리오 배분비율 등 자산운용체계가 없어 일부 펀드는 설립 후 미투자자산을 9개월 넘게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에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모태펀드의 특수성 때문에 운용체계를 바꾸기 어렵다"며 "계정별·부처별 수익구조나 실적 목표가 다르고 다음해 출자 예산까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손대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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