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차례 소비자 리콜을 단행했지만 끝내 제품 단종조치로 이어졌던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발화사고의 원인은 단말기 설계가 아닌 배터리 자체 결함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제품 설계나 SW(소프트웨어) 결함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지만, 배터리를 제외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SW), 및 물류과정의 결함은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특히 투명한 조사결과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안전인증기업 ‘UL’ △미국 과학기술 분야 분석 전문 기관 ‘엑스포넌트’(Exponent) △독일 검인증 기관 'TUV 라인란드' 등이 참여해 각각 독립적으로 검증을 진행했지만 모두 동일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 검증기관 ‘배터리 불량’ 동일한 결론…“자체결함 발견안돼”=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은 “대규모 충방전 시험을 진행한 결과, A배터리(삼성SDI)와 B배터리(ATL)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발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초기 발화됐던 삼성SDI 배터리를 전면 수거한 뒤 새로 교체한 ATL 배터리마저 발화되면서 업계에 불거졌던 제품 설계 결함 가능성을 일축한 조사결과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사 기관들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삼성SDI 배터리는 위측 상단 모서리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이 발화의 원인으로 분석됐고, ATL 배터리는 비정상적인 융착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 조합이 배터리 내부에서 단락 현상(복수 전기회로 사이의 절연이 이뤄지지 않아 두 점 사이가 접속되는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물류과정 및 조립과정에선 특별한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이들 배터리 공급사와 계속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만큼 ‘갤노트7’ 단종 사태에 따른 법적 책임은 묻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이날 불량제품을 걸러내기 위해 ‘엑스레이(X-ray) 전수검사’를 도입하는 등 총 1500억원을 투입해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원인규명 어떻게 이루어졌나, 다양한 가설 검증 실험=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7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 20만대 이상의 완제품과 3만대 이상의 배터리를 테스트했다. 특히 여러 곳에서 제기된 다양한 사고원인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을 거쳤다. 유무선 ·고속충전 기능이 발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속충전 기능을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고속충전의 전류와 전압에 변화를 주면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 방수·방진 기능과 발화와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백커버(스마트폰 뒷판)를 장착한 상태와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 및 방전 테스트를 반복했다. 홍채 기능이 발화를 유도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전류량에 변화를 주며 실험을 진행했고, USB 타입C 적용에 따른 발화 여부를 확인키 위해 단자에 4000볼트 이상의 전류를 흘려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과다 소모전류 발생에 따른 SW 오작동 및 과전류 시험 등 다양한 조건 아래 검증작업을 펼쳤지만 배터리 자체 결함을 제외하면 어떤 인과관계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와 해외 검증기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제품 검증을 위한 현장 테스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고 사장은 “혁신적인 갤노트7을 만들기 위해 배터리 사양의 목표를 제시했지만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빠른 시일 내 높은 회수율(96%)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소비자, 유통 거래점, 모든 협력사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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