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포스트 한동우' 선정…'신한문화' 다시 빛났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7.01.23 10:19

젊은 회장 '제2의 신한사태 없다' 자신감…최방길 '유효경쟁 유지'…한동우 리더십, 끝까지 발휘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 회장후보 심층면접을 위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포스트 한동우'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한문화'가 빛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마지막까지 리더십을 발휘해 잡음 없이 후계자를 선정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 20일 조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조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3년간 회장을 맡게 된다.

◇3연임 장기집권 우려에도 젊은 회장…'제2의 신한사태 없다' 자신감=신한금융이 1948년생인 한 회장보다 10세 가량 젊은 1957년생 조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정한 것은 '제2의 신한사태는 없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신한 임직원의 내분을 불러온 사건이다.

신한사태 이후 신한금융 회장을 맡은 한 회장은 만 70세 이상은 회장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드는 등 내분을 수습했다. 한 회장도 사실상 이 규정 때문에 3연임을 포기했다. 반면 조 내정자는 3연임이 가능해 9년간 회장을 맡을 수 있다. 3년후, 6년후 신한금융 지배구조 및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다른 후보를 회장으로 결정한 수 있지만 '현직 프리이엄'을 무시할 수 없다.

조 내정자의 장기집권 우려에도 신한금융이 젊은 회장을 택한 것은 한 회장이 6년간 조직을 추스르면서 시스템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하나의 신한’을 강조했는데 이는 그룹 시너지를 강조한 말이지만 파벌 없는 신한을 뜻하기도 한다. 파벌의 폐해를 몸소 체험한 한 회장은 자신에게 인사 청탁을 하거나 파벌을 조장하는 임직원을 엄하게 다스렸다.

조 내정자 역시 이번 면접때 로마사를 인용하며 '하나의 신한'을 강조해 회추위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내정자는 ”로마가 1000년을 가는 데에는 개방성과 수용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개방과 수용의 신한문화'를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는 도전과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 조직 발전을 위해 계승 발전시켜야 신한문화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신한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 회장후보 심층면접을 위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하나의 신한' 위해 사퇴한 위성호·강대석…끝까지 자리 지킨 최방길=조 내정자와 함께 회장을 두고 경쟁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사퇴한 것도 신한문화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사장은 압축후보군이 나오자 증권맨으로 남고 싶다고 후보를 고사했다. 위 사장은 지난 19일 회추위 면접을 다 마치고 조 내정자가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일부에서는 위 사장과 강 사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퇴한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신한문화'에서 사퇴했다는 게 신한금융 안팎의 평가다.

끝까지 조 내정자와 경쟁한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도 돋보였다. 최 전 사장은 면접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제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말했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의미로 자신이 회장 가능성이 낮음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위 사장과 달리 사퇴하지 않았는데 유효 경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 전 사장이 사퇴했다면 조 내정자는 단일 후보로 남아 잡음이 생길 수 있다.


유효경쟁을 위해 마지막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은 사례는 2013년 한 회장 연임 때에도 있었다. 당시 회추위는 한 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이재우 신한카드 부회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을 5명의 압축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서 행장과 이 부회장은 일찌감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불만을 제기하다가 결국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당시 홍 전 부회장은 한 회장이 유력한 상황이었음에도 자리를 지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독 후보만 남으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며 "가능성이 높지 않음에도 후보자로 남은 것도 대단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제공=신한금융
◇끝까지 빛난 한동우 리더십=안정적으로 경영을 승계하면서 한 회장은 리더십을 끝까지 발휘했다. 한 회장은 고 서진원 행장이 와병으로 신한은행장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우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었던 조 내정자를 신한은행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조 내정자를 신한금융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그룹 전체를 보도록 했다.

한 회장은 그동안 차기 회장 선정과 관련해 "'물 흐르듯이' 결정될 것이다", "조 행장과 위 사장 나이가 적지 않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분란의 소지를 없앤 것이다.

한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신한금융 회추위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조 내정자를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해 조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내정자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신한은행으로 부르면서 한 회장은 사실상 '포스트 한동우'로 조 내정자를 낙점한 것"이라며 "한 회장과 가까이 있었던 조 내정자가 차기 회장 후보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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