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맞아" 막말… 부적절한 판사 태도 여전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이태성 기자, 양성희 기자,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 2017.01.21 09:30

[서초동살롱<151>]서울변회 법관 평가서 문제 사례 여전, "법관들, 스스로 노력해야" 목소리도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1
판사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욕설을 하며 항의하자 즉시 형량을 3배로 늘린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의정부지법에서 일어났는데요. 이 법원의 김모 부장판사는 당초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가 피고인이 욕설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자 다시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인데요. 너무 감정적인 대처를 했다는 것이죠. 피고인이 법정에서 난동을 부릴 경우 법정모욕죄로 감치를 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형량을 늘린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선고형량의 결정은 법관의 고유 권한인 만큼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량을 정정할 수 있다는 해석도 일부 있습니다.

법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수임한 사건의 법관들에 대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과를 보면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들에게 강요나 막말을 하거나 강압적인 재판 진행을 하는 판사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실 법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이제부터 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알아서들 하세요. 저는 판결 못합니다"…증인신문 때 잠 잔 판사도

먼저 법관들이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사례를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변회가 공개한 문제 사례에는 믿기 힘들 만큼 충격적인 내용들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일례로 한 판사는 민사 법정에서 사건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조정을 강하게 권해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이 판사는 조정을 강요하면서 "알아서들 하세요. 저는 판결 못합니다" 등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당사자들의 성격을 언급하면서 인신공격적 발언을 하거나, 지나치게 훈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예의와 존중이 없는 언행은 일부 법관들의 고질적인 문제인데요. 한 판사는 계산상 착오로 청구금액에 문제가 발생하자 대리인에게 "그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는 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변호사가 이 정도는 예측해야 하는 것 아니냐", "소송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변호사 자격이 있느냐"라며 신경질적으로 말한 판사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재판 진행으로 문제를 발생시킨 법관들의 사례도 많았습니다. 장기간 증인신문과 증거 제출 등이 있었는데도 판결문에 구체적 판결 이유를 적지 않고 성의 없는 판결문을 작성하거나, 핵심 증인신문 과정에서 잠을 잔 단독 판사가 문제 사례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관들이 부적절한 언행이나 강압적 재판 진행을 한다고 느끼는 사례는 생각보다 더 많다"며 "형사든 민사든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매우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법관의 말 한마디, 사소한 태도 하나에도 감정이 상하거나 불만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습니다.

견제 세력 없어 자정노력이 가장 중요…법관 평가 결과 자체의 한계도 있어

그렇다면 매번 지적되고 있는 법관들의 부적절한 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변호사단체가 매년 법관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까지 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관들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법관들은 법정 내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법관들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사실상 없는 만큼 스스로 소송 당사자와 관계인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과중한 업무 등으로 그런 점에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판사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변호사단체의 법관 평가가 강제력과 구속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부적절한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법관 평가 결과가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일방적 의견으로 치부되는 데 그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평가 결과가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번 서울변회 법관 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선정된 한 판사와 함께 일했다는 법조인은 "해당 판사가 남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정도의 행동을 했는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판결 결과가 곧 자신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것이 객관적일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법관들이 이 평가 결과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거나 그저 일방의 주장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반성을 하고 성찰을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송 당사자에게 "저는 판결 못합니다"라고 하거나 변호사에게 "변호사 자격이 있느냐"는 말을 하는 판사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법 환경이 갖춰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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