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미국' 만들기 위한 '약한 달러'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7.01.20 17:07

트럼프, 옐런 한마디에 원/달러 매일 출렁

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약한 달러'를 외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한 뜻을 고수하면서 달러는 주요 인물들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출렁이는 눈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이번주 한 주간 종가를 기준으로 1166.7~1182.1원을 오가며 출렁였다. 한주간 15.4원이 움직이며 V자를 그린 것이다. 보통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진행되면 한국 수출기업들에 호재로 해석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해외로 송금을 하거나 대금을 결제받아야 하는 수출입기업들은 간발의 차이로 환손실을 입을 수 있어서다.

달러 논쟁을 시작한 것은 트럼프였다. 지난 17일 트럼프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최근 달러가치가 14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은 것을 언급하며 "너무 강하다"고 지적하자 지난 18일 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 금리인상 직전인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보호무역, 경기부양, 미국의 수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어 달러 약세가 유리하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다.

트럼프의 인터뷰에 대응하듯 지난 18일 옐런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며 "2019년까지 해마다 몇 번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해 원/달러는 다시 1177.6원으로 올라섰다. 19일에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트럼프의 환율관련 언급은 장기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달러 강세의 손을 들면서 환율시장의 앞날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원/달러 변동성은 지속되겠지만 1분기에는 현재 수준에서 안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적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장기적으로 국채 발행을 늘리는 등 재정정책을 통해서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은 공공부채가 이미 한도를 상회해 추가로 국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부채한도 확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90원, 최저점과 최고점은 1160~1220원을 예상한다"며 "경제와 관련해서는 즉각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아 20일 취임 연설에서도 사회복지, 외교 등을 먼저 언급하고 감세나 재정정책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구두경고로만 그친다면 달러 하락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속적인 달러 강세가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원화가치 절하보다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이 더 클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에는 원/달러가 1% 상승해도 수출이 0.28%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경쟁적인 통화 가치 절하는 수출 확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수입 감소 효과가 커서 오히려 글로벌 교역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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