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허리 삐끗, 171회 한방치료…차 보험료 인상 요인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7.01.31 06:11

[車보험료 인상 숨은 주범 한방치료]<상>-①경미사고 과잉진료→손해율 악화→보험료 인상 악순환

편집자주 | 최근 자동차보험의 대인보험금 청구 가운데 한방보험금의 비중이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어 손해율 인상의 숨은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한방치료는 후유증이 많은 자동차사고의 특성상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심사기준 등이 불명확해 과잉진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게 문제다. 한방치료는 비급여진료가 대부분인데다 진료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과잉진료가 보험금 인상을 초래하는 ‘제2의 실손보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2회에 걸쳐 늘어나는 한방치료 과다청구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보험금 청구의 합리적인 기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를 살펴본다.

#50대 김기명씨(가명)는 지난해 초 출근 길에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다. 차량 파손이 육안으로 전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초경미 사고였다. 김씨 차를 뒤에서 살짝 박은 가해 차량 운전자도 "앞 번호판 부분만 접촉했을 뿐 직접적인 충격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양방·한방의료기관에서 중복치료를 받고 있다. 양·한방진료 횟수는 비슷했지만 진료비는 한방이 총 600여만원으로 양방 진료비보다 9배 가량 많았다.

자동차사고가 난 후 치료를 위해 양방병원 대신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한방진료는 적절한 치료와 사고 후유증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진료가 급증하는 추세로 불필요한 과잉진료가 잦아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숨은 주범으로 꼽힌다. 자동차보험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이 높아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무분별한 한방진료가 손해율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간 30% 이상 늘어나는 車사고 한방진료=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819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었다. 이중 한방진료비는 2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4.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양방진료비 증가율(1.8%)의 19.1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방진료비가 급증하면서 전체 진료비 중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9%에서 2015년 23%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27.5%까지 뛰었다. 반면 양방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에서 점하는 비중은 2014년만 해도 80%가 넘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7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특히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치료 받으러 다니는 통원진료의 경우 한방이 양방을 앞질렀다. 한방 통원진료비는 2014년 2129억원으로 47.2%를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2797억원으로 비중이 52.5%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며 양방을 추월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한방 통원진료비가 1763억원으로 전체 통원진료비의 58.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양방 통원진료비는 1273억원으로 한방에 크게 못 미쳤다.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은 환자 본인부담금이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없다. 비급여 진료로 분류되는 첩약, 약침, 한방물리요법 등까지 환자가 한 푼도 부담할 필요 없이 모두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해 준다. 한방병원이나 한의원들은 경기 부진으로 수입이 크게 줄자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을 내세워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여러 치료를 권유하고 있다. 아예 '교통사고 전문병원'을 표방하며 교통사고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

한방첩약이나 한방물리요법 등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대상이다. 건강보험에서는 △따뜻한 팩 등을 통증 부위에 대는 '경피경근온열요법' △적외선 램프를 이용해 적외선을 쏘는 '경피적외선조사요법' △차가운 팩을 통증 부위에 대는 '경피경근한냉요법' 등 3가지 물리요법만 급여로 인정한다.

한방에는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많다보니 진료항목과 진료비가 제각각이다. 게다가 같은 비급여 진료라도 한방은 양방에 비해 진료항목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보장 대상을 확인하기 어렵고 처방도 치료 목적인지 확인이 쉽지 않다. 또 한방은 침과 약재의 종류에 따라 진료비가 천차만별인데 약재 성분을 확인하기 어렵고 같은 치료라도 한방병원마다 가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한방진료는 건강보험은 물론 실손보험에서도 보장에서 제외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한방진료는 소수의 한방 의료보험을 제외하곤 자동차보험에서만 보장해준다"며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를 받으면 본인의 치료비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을 이용해 허리 부위 단순염좌 진단을 받고 한방치료만 171회를 받아 진료비가 1500만원 가량 나온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 "첩약도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저렴한 약제 대신 비싼 첩약을 쓰는 등 경미한 사고인데도 장기간 과잉진료를 받는 것이 교통사고 한방진료의 문제"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자동차보험의 건당 진료비는 한방의료기관이 11만원으로 양방의료기관의 1.5배였다. 치료기간도 한방이 평균 9.9일로 양방(5.8일)보다 길었다. 특히 한의원의 통원진료비는 양방의원보다 4.2배 더 비싸고 상급종합병원보다도 1.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 오르면 車보험료 인상, 제2의 실손보험 우려=한방진료비 증가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보험료 인상의 주원인이 될 수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치료비를 보장하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담보 손해율은 매년 증가세다. 교통사고 1건당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대인배상1'의 손해율은 2014년 70.0%에서 2015년에는 72.4%로 2.4%포인트 올라갔다. '대인배상1'의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을 보상해주는 '대인배상2'의 손해율은 2014년 136.3%에서 2015년 144.1%로 7.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손(자기신체사고)이나 자차(자기차량사고) 손해율이 각각 6.4%포인트, 8.4%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손해보험사들은 최근 이 같은 손해율 추이를 반영해 대인담보의 보험료를 올리고 자손담보의 보험료를 낮추는 식으로 전체 보험료가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대인담보의 손해율 상승이 계속될 경우 자손담보의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방진료는 양반진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급여 항목이 많고 증상별 투약이나 시술 횟수 등에 대해 표준화된 임상진료지침이 미흡해 의료기관간 진료비 편차가 크고 치료 목적 확인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안정시키려면 한방진료에 대한 지침 마련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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