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호 의무'도 몰랐던 靑 수석…최순실의 '허수아비'였나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7.01.19 13:41

김상률 전 수석 "공무원 1호 의무 '법령 준수'인 것 몰랐다" 진술에 방청객 '탄식'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회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광고감독 차은택씨(48·구속기소)와의 혈연으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자리에 앉은 의혹을 받는 김상률 전 수석이 '공무원의 1호 임무'도 숙지하지 않은 채 직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차씨 밑에서 허수아비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수석은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7회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스포츠클럽 개편방안 보고서'를 최종 결재하고도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선 제대로 검토해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스포츠클럽 개편은 지방자치단체 예산까지 300억원의 보조금 투입이 예정된 사업으로 최씨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개입해 이권을 집어삼키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2~3월쯤 작성된 이 보고서엔 최씨가 장악하던 K스포츠재단이 사업을 주도하고 더블루케이가 경영과 마케팅을 전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별다른 심사절차 없이 처음부터 두 기관이 사업을 맡기로 돼 있었단 뜻이다. 그런데도 김 전수석은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의 실체에 대해 파악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교문수석실에서 정리한 것"이라며 "재단 관련 심의허가가 굉장히 많아 일일이 교문수석실을… (거칠 수 없다)"고 답했다. 강일원 재판관이 "민간재단과 민간회사가 국가적인 중요한 사업을 하는데 기초보고서도 못 보고 어떻게 상부에 보고하느냐"고 묻자 "실무부처에서 잘 검토한 뒤 보고해달라고 와서 제한적으로 검토하고 보고를 올렸다"고 답했다.

이어 강 재판관이 "공적으로 운영돼야 할 재단의 보고서에 더블루케이가 못박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으나 김 전수석은 "제가 판단하기 힘들고 부처에서 잘 검토해서 적절한 마케팅회사를 추천, 보고 드리는 과정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종덕 전 장관(60·구속)과 김 종 전 2차관(60·구속기소) 등 최씨 측 사람들이 장악하던 문체부만 믿고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았던 셈이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이 "경쟁입찰이나 적격심사를 통해 업체를 뽑는 게 정상인데,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를 딱 찍어 보고서를 만들어온 것"이라며 "K스포츠재단도 충분히 경영 마케팅 관리를 할 수 있는데도 더블루케이에 일을 맡기면 시민들이 받을 혜택이 적어질 것이라고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김 전수석은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교문수석실 소관인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모집을 본인이 아닌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58·구속기소)이 주도한 경위에 대해 "문화·체육은 교문수석의 소관이 맞다"면서도 "두 재단의 형성에 대해선 (박 대통령에게) 보고드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시공업체로 스위스 업체 '누슬리'를 추천하고 이 업체가 일감을 따내지 못하자 조양호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점에 대해 김 전수석은 "저도 물어보고 싶었다"고도 했다. 안창호 재판관이 "의문을 갖지 않았느냐.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인데 못 알아냈으면 끝이냐"고 질문하자 "저도 알아보려고 했는데 밝혀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후 이진성 재판관이 "수석비서관이기 전에 공무원이지 않았느냐. 공무원의 첫째 임무는 '법령 준수'인 것을 몰랐느냐"고 묻자 김 전수석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수석은 청와대 재직 당시 차씨가 건네준 차명폰을 사용했다고도 진술했다. 김 전수석은 "2015년 3월 업무용 휴대폰을 사용하다 스미싱을 당해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며 "차씨가 차명 휴대폰을 건네줘 (이 휴대폰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 폐기했다"고 진술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