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취임…韓 전자업계 파장은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7.01.21 09:00

[트럼프 시대 개막]보호무역 강화 등 '트럼프 리스크' 우려…국내 대기업들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 검토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호(號)'가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은 자국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보호무역 등으로 인해 전 세계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마주했다.

전자업계가 특히 그렇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둔 국내 대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가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대미 수출 등 글로벌시장 변수에 대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자 부품업계 "무관세 기조 당장은 안 바뀔 것"=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함에 따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미 통상 환경이 악화되고,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탓에 미국 내 일자리가 10만개나 사라졌다"거나 "한국의 대미 수출은 미국이 한국 무역 적자 규모의 2배 수준인 150억달러(약 17조4900억원) 이상 늘어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초기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협상 또는 폐지 등 강력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신 그는 줄곧 중국과 멕시코에 각각 45%와 35%에 달하는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는 등 이른바 '징벌적 국경세'(border tax)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일단 전자 부품업계는 무관세 기조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거래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통해 맺은 국제협정인 만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당장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작년 2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의 75% 정도가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서 "애플 등 미국 업체들은 한국산 반도체의 의존도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무작정 관세를 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생산기지 보유한 국내 대기업…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 본격화?=하지만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의 셈은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NAFTA 재협상을 통해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위협'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북미 세탁기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테네시주 등 한두 지역을 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지에서 TV, 모니터, 냉장고 등을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TV 생산공장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 역시 미국 내 생산기지 건설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인수한 럭셔리주방가전업체 '데이코'(Dacor)의 경우 자체적으로 LA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미국 경제·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국내 대기업을 겨냥한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나 이를 어느 정도 감안한 선제적인 투자계획 마련을 주문했다.

매튜 굿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리스크가 분명 존재한다"며 "예측하기 이른 감이 있으나 이런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대규모 투자 등)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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