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18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역 참배에 이어 조선대를 찾아 특강했다. 조선대 학생 10여명은 반 전 총장이 강의장인 강당에 도착하자 "조선대에서 나가라" 등 소리쳤다.
황인용 학생(28·문예창작학과)은 "청년인턴제는 청년 착취의 또 다른 말"이라며 "유엔 사무총장까지 올라가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강조하고 다니는데 그럼 우리 청년들은 노력을 하지 않아서 지금 실업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특강도 외면했다. 반 전 총장의 강연을 듣기 위해 강당에 모인 사람의 약 80% 이상은 중·장년층이었고 청년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학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선대 대학생 특강 및 대화의 시간'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장면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이라며 청년들의 노력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0년 유로화 위기 등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젊은이들이 고생한다"며 "3포세대가 돼 안타깝고 왜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크 주커버그를 두 번 만났는데, 그는 28세에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 사업에 성공했다"며 "우리나라도 패자부활전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일한 출발 선상에서 함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 전 총장은 "국민의 좌절과 분노는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특히 국가를 경영하는 위치에 계신 분들은 좀더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총장을 하면서 전 세계 어떤 계층 사람들과도 다 얘기했고 모든 면에서 저처럼 포용적으로 대화를 한 사람이 없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제가 포용적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매번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제도를 고쳐도 조금 지나고 나면 또 사고가 난다"며 "선진국일수록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한다. 국민이 없고 국민 재산이 없는데 무슨 나라가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여수와의 인연도 돌이켰다. 반 전 총장은 "여수엑스포 유치위원이었는데 폐막식을 지켜보던 당시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대구를 방문해 나머지 일정을 소화했다. 19일에는 대전을 거쳐 서울에 입성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다. MB(이명박)계 인사들이 캠프에 대거 합류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배후에서 지원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MB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내고 반기문 캠프에 합류한 이동관 전 수석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MB가) 신중하게 잘 도와드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MB가 반 전 총장 지원을 통해 정치적 부활을 꿈꾼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야당이 제기하는 프레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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