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과 30대 여성의 '비밀 감추기' 사랑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1.18 05:58

[히스무비] '더 리더:책 읽어 주는 남자'…목숨보다 소중한 자존심

다시 보니, 정사 신의 강렬한 유혹이 잿빛 슬픔으로 다가왔다. 감추고 싶은 진실 뒤에 남겨진 가짜 팩트가 움직이는 세상은 무서웠다. 2009년 개봉해 세간의 충격과 화제를 몰고 온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8년 만에 다시 선보인 모습은 할 말이 많은 모든 논리를 단숨에 잠재울 만큼 감성으로 치장했다. 영화가 감성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감성만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한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논리와 이성을 닫고 감정으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 과연 가능할까.

15세 소년 마이클(랄프 파인즈)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자신을 도와준 36세 여인 한나(케이트 윈슬렛)와 사랑에 빠진다. 키스하기 전, 마이클에게 늘 책을 읽어달라고 요구하는 한나. 열심히 일한 덕에 사무실 근무를 제안받은 한나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한나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아가던 마이클은 법대생이 돼 8년 후 우연히 법정에서 한나를 보게 된다. 판사가 “사인을 해보라”는 제안에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죄를 떠안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나. 마이클은 왜 그녀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사인하지 않았는지 그때 비로소 깨닫는다.


30대 여인과 10대 소년의 사랑이 불륜이 아닌 애틋함으로 유턴하는 것은 ‘육체적 불평등’이 아닌 ‘능력의 불평등’ 때문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여성의 자존심을 ‘무의식적으로’ 지켜준 덕에 이들의 사랑은 온전하게 지켜질 수 있었다. 법정에서 이 사실을 ‘의식적으로’ 깨달은 마이클은 수감 된 한나에게 10년간 책을 읽은 녹음테이프를 보내면서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문맹이 들통날까 두려워 모든 죄를 떠안은 한나를 위해 마이클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법정 논리 싸움도 교육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비밀을 보존하는 것뿐이다.

“그녀는 글을 쓸 수 없어 사인은 잘못된 것”이라는 논증으로 그녀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글을 못 쓰는” 비밀 지키기로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여전히 애틋하고 슬프다.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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