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거리는 트럼프호? 반기든 내각 후보자들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 2017.01.15 14:02

국방·국무·법무·국토안보 장관 내정자, 청문회서 트럼프 공약 반대 표명

"러시아는 미국에 위험한 국가다. 멕시코 국경 앞 장벽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다. 물고문 부활에 반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이 지난 10~12일(현지시간) 진행된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자와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행정부가 출범한 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추진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준 청문회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 등은 상원 검증절차를 거쳤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친러시아 기조와 주요 공약인 멕시코 장벽 설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파기, 고문 부활 등을 반대하거나 이보다 누그러진 입장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청문회 역사를 보면 대통령 당선자와 다른 시각을 보인 내각 후보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 청문회는 특히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매티스 지명자는 지난 12일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우호적 관계인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NATO를 약화시키려고 한다"며 "러시아와 연대할 수 있는 영역은 줄고 있지만 적대시할 영역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가 반대해온 NATO에 대해선 "동맹과 함께하는 국가는 번영하고 동맹과 함께하지 않는 국가는 정체한다고 본다"며 "(NATO는) 세계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적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매티스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자가 비판한 이란 핵협상에 대해 "완전하진 않지만 이를 지지할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는 우정 조약이 아니며 우리는 동맹국에 부응하고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지명자도 지난 11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동맹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불가침 영역"이라며 NATO를 지지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미국에 위험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구 상에 핵무기가 많아지는 것을 지지할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당선자의 TPP 폐기 공약에 대해 "TPP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협상된 내용이 과연 미국의 이익에 최선인지에 대해선 (트럼프와) 일부 공유하는 관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션스 지명자는 지난 10일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물고문 부활 찬성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고문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법망을 피해서 물고문을 부활시킬 수 있는 묘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에 대해선 특정 종교가 아닌 개인의 테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라며 어조를 한층 낮췄다. 세션스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도 테러를 벌인 국가에서 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며 무슬림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켈리 지명자도 같은 날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고문을 포함해 고문을 금지한 법을 절대적으로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가 내세운 멕시코 국경 앞 장벽 설치에 대해서도 "물리적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자와 내각 후보자들의 시각 차이를 당연한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내각 후보자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과격한 주장을 반박할 것을 요구받아왔다.

다니엘 플렛카 미국기업연구소 대외안보정책연구 선임부회장은 "어느 누구도 스스로 '나는 모든 멕시코인들이 강간범이라 생각해'라고 말하길 원치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자는 기교가 없었지만, 내각 후보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3G 내각'이라 불리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인준 청문회는 이번주에도 계속된다. 3G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Sachs), 군 장성(Generals), 억만장자 초갑부(Gazillionaires·) 인사가 포진했다는 의미이다.

17일 라이언 징케 내무장관 지명자와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다. 18일엔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와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19일엔 릭 페리 에너지장관 지명자가 청문회를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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