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귀재' 짐 로저스 "20대 때 옥스포드 간 건 실수…중국 갔어야"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 2017.01.15 16:36

"트럼프 행정부도 자기 정책 잘 모를 것, 트럼프 행보따라 전 세계 호황 또는 불황 올수도"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대표가 1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대한 투자 전망과 글로벌 경기 전망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스탠다드그래핀 제공

"지금이 행복하다. 그런데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중국으로 갈 것이다."

지난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바로 중국으로 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1973년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창립해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올린 그는 월가의 전설로 통한다. 아시아 투자를 강조해온 자신 역시 2007년 가족과 함께 뉴욕에서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겼다. '워싱턴 정가 놈들은 아시아에서 돌아가는 소식을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로저스는 1807년에 똑똑했던 사람들은 런던으로, 1907년에는 뉴욕으로, 2007년에는 아시아로 왔다고도 말해왔다. 그는 이날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투자를 조언했다. 특히 통일한국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관심을 가져온 로저스는 2013년부터 투자해온 한국 스탠다드 그래핀의 고문직을 최근 수락했다. 2012년 설립된 스탠다드 그래핀(대표 이정훈)은 업계의 난제로 알려진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응용제품 개발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로저스가 투자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그래핀 기업이기도 하다.

다음은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스탠다드 그래핀 기자회견에서 로저스와의 일문일답.

-그래핀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처음 캐나다 흑연 회사를 통해 그래핀을 알게 됐는데, 당시 과학자들이 그래핀이 차기 인터넷이 될 것이라며 엄청 흥분했다. 그때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맞는 듯싶다. 앞으로 20년 안에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울산에도 그래핀을 비롯해 발전 가능한 소재 기업들이 많다. 북한에는 그래핀의 원료가 되는 흑연이 많다. 아직은 학술적인 단계의 연구만 진행된 상태지만 이는 향후 한국이 신소재 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글로벌 경기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트럼프 행정부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는 자신이 과거에 말했던 것과 상반되는 여러 얘기도 했다. 중국,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과 무역전쟁을 하겠다고 하는데, 만약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우리 모두 굉장히 우려해야 한다. 무역전쟁은 매번 파산으로 끝나고 종종 진짜 전쟁으로도 이어졌다.

트럼프가 말한 감세 정책은 어느 나라에서건 긍정적인 현상이다. 미국에서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3조 달러에 달하는 해외 사업들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겠다고 한다. 이는 다 좋은 일들이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세가지를 다 이루지는 못했다. 트럼프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전세계 경제 불황이 올 수도 있고 호황이 올 수도 있다.

-'미국이 1년 안에 경기침체를 겪을 확률은 100%'라고 말한 게 1년 전이다. 아직도 같은 생각인지.
▶지난해 3월에 그렇게 말했는데 세계 경제가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은 안다. 일본을 비롯해 유럽, 미국의 일부도 이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겪은지 8년이 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은 4~7년마다 경기침체를 겪었다. 경기침체가 꼭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침체는 반복된다. 이미 기한이 지났고 경기침체를 일으킬 만한 요인들이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이미 경제상황이 어렵지 않나.


-최근 '중국을 버리고 러시아를 사라'고 했고, 달러를 사라고 했다. 유망 투자처를 말한다면.
▶중국을 버리라고는 하지는 않았고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현재 중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 것이다. 만약 그러면 중국에도 나쁘고 미국에도 나쁘니까. 그러나 러시아에 투자를 하라고 한 건 맞다. 나도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원하기만 한다면 투자할 곳은 도처에 널려 있다. 농업은 지난 30년간 약세시장이어서 미래가 유망하고, 러시아는 지금 아주 값싼 시장이다. 모두가 러시아를 싫어하는데 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 사는 걸 정말 즐긴다(웃음). 특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때는 그렇다. 트럼프는 러시아를 사랑한다고 하고 푸틴을 좋아한다고 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싫어하면서 값이 싸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곳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중국의 오염 문제도 굉장한 투자 기회다. 중국의 토양, 대기, 물 오염을 해결할 기업은 떼돈을 벌게 될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서부에서 유럽까지 육해상 신실크로드를 건설 계획)도 기회다. 전 세계에서 지형이 바뀐다는 건 괴장히 드문 일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항로를 개척했고, 200년 전에 철도가 놓이면서 지형이 바뀌었다. 중국이 지형을 바꾸고 있다.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는 우려스럽다.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하고 있다. 여전히 북한에 대한 투자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북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김정은(the kid)은 북한에서 자라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는 세상이 바뀐 것을 안다. 지금 북한에 자유무역지대가 15개다.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변화를 본다. 북한은 현재 중국의 1980년대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통일이 되면 전세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아시아로 이사를 왔을 것이다. 내가 스물두살 때는 영국 옥스포드대학을 갔지만 실수였다. 물론 재밌는 시절을 보냈지만 중국에 왔어야 했다(웃음).

-더 좋은 투자자가 됐을 거란 말인가.
▶경제가 호황인 곳에 가면 나쁜 투자자여도 돈을 벌 수 있다. 뭘 하는지 몰라도 돈을 벌기가 너무 쉽다. 내가 더 똑똑했더라면 아시아로 갔을 것이다. 중국과 수교가 안돼서 베이징에는 못갔더라도 대만에 갔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가고는 싶나.
▶아니, 지금이 행복하고 좋다. 사랑스런운 두 딸이 있고 행복하다. 그리고 22세 때는 아는 게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좋아진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늙고 싶지 않다고 불평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본다. 걔네는 모른다. 더 많은 지식과 혜안, 이해심이 생겨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특히 애들이 있어서 그렇다. 내가 만약 22세 때, 32세 때 애들이 있었다면 모든 사람에게 재앙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도 있고 돈도 있고 이해심도 생겨서 더 좋은 부모가 돼서 훨씬 더 재밌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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