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탁을 통한 자립형 복지 향상을 기대하며

머니투데이 김대일 신영증권 에셋얼로케이션본부장(상무) | 2017.01.16 05:30
일본의 법학박사이며 신탁전문가인 아오키테츠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90년전에 깊은 통찰력으로 신탁의 효용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사후에 있어서 안심입명(安心立命)은 영계에서는 종교에서 구하고 물질계에서는 신탁에서 구해야 한다. 종교와 신탁은 영속양계에 있어서 안심입명의 2대 지주이다. 인간에 있어서 사후 자손의 물질상의 안정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영계의 안심입명도 평화도 얻을 수 없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세상물정에 익숙하지 않은 자녀나 배우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으로 충분한가? 물론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아오키테츠지는 신탁을 얘기한 것이다. 그것도 종교와 같은 수준으로 말이다.

2017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자.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고 노인 치매 등으로 인한 빈곤 가정의 증가 등의 일들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좋은 일로만 여겨져 왔던 ‘장수’와 위험을 뜻하는 ‘리스크’가 결합되어 ‘장수 리스크’라는 단어가 나온지 오래다. 특히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6(Society at a Glance 2016)’에 따르면 전체 35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65세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48.7%로 압도적으로 높은 1위(2위 호주 25.6%)를 기록한 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또한 결혼한 자녀들이 여전히 부모의 경제력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내용의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도 우리 사회 단면을 잘 말해준다.

앞으로 닥쳐올 고령사회가 만들어 낼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떠한 것이있을까? ‘신탁’을 실천적 도구로 활용해보자.

신탁이란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위탁자와 수탁자간 장기간의 신뢰관계하에 위탁자가 원하는 대로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위탁자가 맡긴 재산을 관리하거나 혹은 처분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신탁을 활용하면 사회의 근본인 법제도로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및 싱가포르 등에서는 신탁을 활용하여 부(副)의 투명성 증가, 자율적 복지 증진 및 상속 분쟁까지 해결하고 있다.


미국에서 신탁을 활용하여 상속이 이루어지는 경우 세제 혜택 부여 및 유언 검인 절차 생략등으로 자산가들의 투명한 상속, 가족 보호 및 기부를 적극적으로 유인하고 있다.

또한 20년이 넘은 1994년 에이미 고령사회를 맞아 신탁제도를 활용하여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일본은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고령자가 국민 부(副)의 상당부분을 소유하고 있고 그 사후에 고령자가 상속 받게 되는 소위 ‘노노(老老)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증여세 면세제도를 과감하게 시행하였다. 조부모가 신탁을 활용하여 손자녀의 교육자금 또는 결혼양육자금을 증여할 경우 각 1억5천만원과 1억원 한도로 증여세를 면세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추가 비용없이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 내수부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노인들의 지갑을 열게 한 합리적인 규제개혁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신탁법이 전면 개정된 2011년부터 정책당국에 제출되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가 있다.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한 장애인특별부양신탁 제도개선, 미성년 자녀들이 받은 보험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험청구권신탁의 허용, 중소 장수 기업 활성화를 위한 가업승계공제제도와 신탁이 결합된 가업상속신탁 개선, 세대간 부의 효율적 이전을 위한 유언대용신탁 관련 세제정비 외에도 재신탁, 사업신탁, 자기신탁, 수익증권발행신탁등이 있다.

다행히 2017년 새해 초 금융감독당국은 신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신탁 제도 전면 개편 추진을 발표한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아오키 테츠지 박사의 주장과 같이 종교와 동등한 수준의 신탁이 아닐지라도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신탁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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