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비서실 왜 무력했나, 검찰은 왜 눈감았나" 탄핵법정의 '탄식'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 2017.01.12 18:35

세계일보 조한규 전 사장, 조현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 출석…"내각·비서실 왜 무력했나"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4년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던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과 조현일 기자가 탄핵심판 심판정에 나와 "그때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가능성에 주목했다면 지금과 같은 헌법파괴는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네 번째 변론기일에서 조 기자는 "비선, 측근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국정의 두 핵심인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은 왜 무력했는지,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를 세우겠다고 선서했을 검사들은 왜 눈감았는지, 언론들은 왜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만 바라봤는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고 밝혔다.

조 기자는 "아내와 저 모두 건강이 크게 악화돼 치료를 받고 있어 가장으로서 견디기 쉽지 않다"며 "언론의 권력은 권력에 대한 감시라고 한다. 그 권력의 대가가 무엇인지 세계일보와 저는 똑똑히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날 심판정에 나온 조 기자는 정윤회 문건 보도를 전후해 겪었던 상황을 증언했다. 조 기자는 "2014년 10~12월쯤 미행에 유념하라는 경고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수사기관쪽 지인들에게 받은 조언"이라고 설명했다.

조 기자는 정윤회 문건을 입수한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과 접촉해 문건 내용과 작성된 경위, 청와대의 후속조치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취재원들이 '위험하다'며 보도를 만류했다고 한다. 특히 박관천 전 경정으로부터 "보도를 하게되면 세계일보와 통일교 재단까지 보복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3년 정도 검찰청 불려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경고를 들었다고 했다.

박 전 경정은 "예전엔 종교는 건들지 않았지만 이 정권은 종교도 건든다. 청와대의 특정 수석실이 아닌 전체와 싸우게 될 것"이라며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이재수 기무사령관까지 정윤회씨의 행적에 의문을 품은 사람 치고 남아난 사람이 누가 있냐. 당신이 뭐라고 총대를 매려고 하냐"고 다그쳤다고 한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 조 전 사장의 증언에서는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청와대가 세계일보와 재단인 통일교에 보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 전 사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통일교에 접촉해 조 전 사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고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만호 당시 비서실장이 조 전 사장을 만나 "한학자 총재는 뜻이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해임하게 됐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조 전 사장은 "그때 그 청와대 관계자가 누구인지 물었으나 얘기 못 한다는 말만 들었다"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3명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조 전 사장은 "최근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CJ에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를 보고 '수석이 그런 전화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 "종무실 업무는 본래 문체부 1차관 소관"이라며 "김 전 차관이 직을 맡으면서 2차관 소관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의 소관 하에 통일교 재단의 모든 업무가 지시·감독을 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실장에 대해선 한 총재와 직접 통화할 만한 사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 전 사장은 "김 전 실장은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유지에 따라 설립된 단체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며 "그래서 한 총재와 전화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닌가 한 것"이라고 했다.

증언 막바지에서 조 전 사장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오늘날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언론자유가 보장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한 기자들이 해직되고 (언론자유가) 권력과 재벌에 침해당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고 강변했다.

또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서 드러나듯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는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언론의 자유가 축소된다면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또한 침해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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