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성벤처신화의 위기, 원인은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 2017.01.13 07:23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로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벤처 1세대 기업 미래사이언스(옛 한경희생활과학)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에 들어갔다.

한경희 미래사이언스 대표는 평범한 공무원과 주부로 생활하다 뜨거운 물로 걸레질을 해보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했다.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하면서 국내 스팀청소기시장 점유율 90%를 달성했고 2009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한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명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주방가전, 가구, 홈케어서비스 등 새롭게 시작한 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하면서 결국 사명까지 바꾸게 됐다.

미래사이언스 추락의 원인을 인기상품의 부재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오히려 중소·중견 가전업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가전유통시장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중소 가전업체가 아이디어 제품을 내놓으면 한 달 만에 더 싼 중국산 제품이 출시되고 시장성이 확인되면 대기업이 더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으로 뛰어드는 게 다반사다.

최근 에어워셔와 제습기 시장을 키운 중견기업들은 대기업들의 물량공세에 국내 시장을 내주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홈쇼핑에서 냉장고나 TV를 살 때 에어워셔를 사은품으로 주면서 시장이 무너진 것. AS(사후서비스)와 디자인이 뛰어난 대기업 제품을 공짜로 주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탓할 수도 없다.


일각에선 일부 품목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한 해 수백 종의 제품이 출시되는 가전시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창의성을 제한하는 규제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통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경영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디어 하나로 국내 최고 생활가전 기업으로 떠올랐던 한 대표는 평소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모인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었다. 한 대표가 아직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재기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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