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미래사이언스 대표는 평범한 공무원과 주부로 생활하다 뜨거운 물로 걸레질을 해보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했다.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하면서 국내 스팀청소기시장 점유율 90%를 달성했고 2009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한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명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주방가전, 가구, 홈케어서비스 등 새롭게 시작한 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하면서 결국 사명까지 바꾸게 됐다.
미래사이언스 추락의 원인을 인기상품의 부재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오히려 중소·중견 가전업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가전유통시장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중소 가전업체가 아이디어 제품을 내놓으면 한 달 만에 더 싼 중국산 제품이 출시되고 시장성이 확인되면 대기업이 더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으로 뛰어드는 게 다반사다.
최근 에어워셔와 제습기 시장을 키운 중견기업들은 대기업들의 물량공세에 국내 시장을 내주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홈쇼핑에서 냉장고나 TV를 살 때 에어워셔를 사은품으로 주면서 시장이 무너진 것. AS(사후서비스)와 디자인이 뛰어난 대기업 제품을 공짜로 주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탓할 수도 없다.
일각에선 일부 품목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한 해 수백 종의 제품이 출시되는 가전시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창의성을 제한하는 규제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유통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경영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디어 하나로 국내 최고 생활가전 기업으로 떠올랐던 한 대표는 평소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모인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었다. 한 대표가 아직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재기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