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66세 병원장의 빨래판 복근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7.01.12 08:5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A병원장은 무척 건강해보였다. 얼굴혈색은 맑았고 적당한 붉은 빛을 띠었다. 군살이 제법 줄어들어 몸매가 탄탄해진 느낌이었다. A원장의 나이는 올해 66세다. 6개월 전부터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였지만 A원장은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지병이 있었고, 진료를 하고 병원을 경영하느라 정작 자기 몸은 챙기지 못한 탓이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사는 게 달라졌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왜 진작 운동을 하지 않았나 싶어."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윗몸일으키기 몇 개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1시간 운동하는 것도 가뿐하다고 했다. "트레이너가 6개월 정도 열심히 운동해서 빨래판 복근 만들재. 다음에는 복근 보여줄게." 농담 섞인 그의 말에 자신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A원장이 운동을 결심한 것은 선배의사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였다. 선배의사 B원장은 올해 85세다. B씨는 75세 되던 해에 은퇴했다. 가끔 골프를 치거나 등산을 가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B씨는 85세가 됐다. A원장은 "B원장이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75세 때부터 뭔가 할 것 그랬다'며 후회하는 것을 보고 당장이라도 뭔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봐. 생각보다 훨씬 오래살 수도 있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니까 김 기자도 운동부터 시작하라고…."

A원장 얘기를 꺼낸 이유는 새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연초에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이 '운동'이다. 연초가 되면 헬스클럽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헬스클럽은 다시 한산해지기 마련이다. '작심삼일'은 매년 어김없이 반복된다.


정유년이 열흘 넘게 흘렀으니 벌써 작심삼일이 효험을 발휘할 시기가 됐다. 건강이 행복해지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임엔 분명하다. '의지박약'을 극복하고 다시 운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1주일에 며칠이라도 동네공원을 뛰겠다는 약속을 지켜볼 생각이다.

오랜 기간 바이오헬스분야를 담당하다 지난해 새로 맡게 된 곳이 IB(투자은행)업계다. 각종 투자와 M&A(인수·합병)로 많게는 수조원의 돈이 오가는 곳이다.
투자만 잘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지만 실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부도 권력도 명예도 건강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가벼운 병이든 난치병이든 질병과 싸우는 이가 많다. 이들이 '어떤 상황이 와도 나을 것'이라는 의지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마를 훌훌 털어내고 더 환하게 웃을 수 있길 기원한다. 새해에는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또 하는 것은 결국 건강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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