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 관심없어요"…정부 생색내기 '계란대책' 논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7.01.10 16:46

수급안정 역부족, 가격·품질도 문제…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 계란수입 검토 안해

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고객이 계란을 구매하고 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과 태풍의 영향으로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양배추도 한 포기에 5천5백 원 정도로 평년보다 2배 이상 올랐고 당근도 1kg 기준으로 2배 이상 올라 6천 원을 기록하는 등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또한 AI로 인한 달걀값 오름세까지 계속되며 농축수산물의 가격상승이 계속되면서 설을 앞둔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017.1.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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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심화된 '계란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외국산 계란 수입이 생색내기용 대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세 면제, 항공료 지원이 되는 물량이 적어 계란 수급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가격 경쟁력, 신선도 등 품질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통업체 1곳이 이번주중 미국산 계란 164만개를 항공기로 들어오지만 물량이 적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하루 유통하는 계란 물량 180만개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3사 등 주요 유통업체는 계란 수입에 적극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신선란보다 '액란'(1차로 껍데기를 깬 형태,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 또는 혼합한 제품), '전란액'(껍데기를 제거한 계란을 냉동·가열 등으로 가공한 제품), '난분'(껍데기를 분리한 계란을 가루 형태로 건조한 제품)등을 주로 사용하는 제빵·제과 업계도 정부의 수입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수급안정 역부족, 가격·품질도 문제…미국산 팔릴까=이번주 첫 수입되는 물량이 시중에 풀리면 사상 처음으로 외국산 계란이 국내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운송비 지원 예산이 9억원에 불과해 민간 사업자가 추가로 수입에 나선다고 해도 계란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운송비 지원을 받아 들여올 수 있는 신선란 총 물량은 약 1500만개로 국내 하루 평균 계란 소비량 4000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가격도 문제다. 미국 현지업체 견적금액에 미국내 운송비를 포함한 수입계란 원가(1개당 184원),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항공운송비(50% 지원시 76원), 국내 유통비(도매→소매 56원) 등을 모두 더하면 미국산 계란 소매가는 개당 316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격(30알 1판 7500~7900원 안팎)보다 비싸 경쟁력이 없다는 해석이다. 이번에 처음 들여오는 계란은 미국 현지에서 30% 정도 낮은 가격에 계약을 했지만 모든 유통 마진을 더해 최종 소비자 판매단계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신선도 등 품질 문제도 논란거리다. 신선란의 경우 AI가 발생하지 않은 미국·캐나다·스페인·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에서만 수입하는데 운송거리, 검역·위생검사 등 기간을 따지면 신선도가 중요한 계란의 유통기한이 짧아져 식품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온 상태 계란 유통기한이 산란일부터 30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산 계란 유통기한은 19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입계란 관심없는 대형마트…식품업계도 시큰둥=주요 유통업체들은 정부의 계란 수입 대책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재로선 선제적으로 나서서 계란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AI 이전과 비교할 때 계란 유통물량은 60~70% 수준이지만 30개짜리 한판을 제외하면 10개나 15개짜리 계란은 크게 부족하지 않다"며 "해외로 나가 수입까지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도 "현재 판매중인 국내산 계란보다 싼 가격에 수입산 계란을 들여오기 쉽지 않다"며 "파손 등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다 신선도, 위생 등 품질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빵·제과 등 식품업계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C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업체에 관세 면제, 운송료 지원 등을 해주는 물량이 할당돼 있는데 필요한 물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해외에 나가 적합한 제품을 선별해 들여오는 작업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AI로 살처분된 가금류 수는 3000만마리를 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에 따르면 10일 현재 계란 1판(30개) 소매가격은 9367원으로 한 달 전(5873원)보다 59.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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