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테마주'라는 신기루의 유혹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7.01.10 17:40
"주식시장도 부진한데 솔직히 매력적이죠. 하루만에 주가가 20~30%씩 오르는데요."

테마성 급등 종목에 투자한다는 개인투자자 A씨의 말이다. 이는 기업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IR 임원 B씨의 고민이기도 하다. 투자자나 기업 모두 호재성 테마에 엮여 급등하는 '테마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모른척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도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테마주의 등락 강도가 테마에 대한 관심도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한 조기대선 정국에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도 특별 감시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유력 대권주자들이 물 위로 떠오르면서 코스닥 시장은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기 귀국을 공식화한 9월에는 상위 정치테마주 15개가 코스닥 전체 거래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1월까지 정치테마주의 주가변동률은 32.3%로 시장 평균인 11.8%의 3배를 웃돌았다.

문제는 주가 급등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무관할뿐더러 테마와의 연관성 또한 '사돈의 팔촌' 수준으로 미미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씨씨에스의 경우 반 전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묶였다. 대신정보통신은 유승민 의원이 박사 학위를 받은 위스콘신대 동문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로 급등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민·관 자본시장 유관기관 및 검찰당국과 공동으로 '시장질서 확립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테마주를 비롯한 이상급등종목 공동대응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3일 큐로홀딩스를 첫 이상급등주로 지정해 불건전 주문을 내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탁거부예고 조치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법적인 매매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투자행위를 제한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은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단기간 차익실현을 원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주가가 오르는 걸 마다하기 쉽지 않다. 한국거래소에서는 기업들에게 '사이버 경보(Alert)'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상에 떠도는 풍문에 대한 답변을 유도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응답하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하지만 실체없는 테마주에 투자하는 건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자와 상장기업 모두에게 손해다. 자본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하면서 진정한 옥석 가리기가 어렵고, 기업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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